경기 수원에 사는 박정원 씨(40·가명)는 지난해 7월 A저축은행에서 아파트 담보대출로 3억8000만원을 받고 9월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A저축은행은 대출자금 중 일부라도 건지기 위해 아파트를 경매로 처리하려 했다. 하지만 법원의 채권추심 집행중지 명령으로 이마저도 회수하지 못했다. 결국 A저축은행은 정상 채권을 대출 2개월 만에 부실채권으로 분류해 대손충당금으로 1억2000만원을 쌓았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박씨는 처음부터 돈을 갚을 의사 없이 개인회생을 염두에 두고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개인회생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가운데 정부 당국이 개인회생제도를 손보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저축은행 신용대출자 가운데 개인회생을 신청한 이들에 대한 정보를 넘겨받아 분석하고 있다. 감사원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개인회생제도에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개선안을 법무부·금융위·금감원에 조만간 통보할 방침이다. 감사원이 개인회생제도를 손보기 위해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원은 각 저축은행에서 2013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2년간 개인회생 신청 건수, 법원의 중지·금지명령, 개인회생 개시명령 등 항목에 대해 건수와 금액을 시기별로 파악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금감원에 대한 기관 운영 감사를 실시하면서 개인회생제도 개선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며 “자료 분석이 완료되면 제도 개선안을 (주무부처에) 조만간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선안에는 개인회생을 신청하기 전에 신용회복위원회 등을 통한 민간채무조정(개인 워크아웃)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법원이 개인회생 인가 전 채권자인 금융사에 동의를 구하거나 채무자가 개인회생을 법원에 신청하면 금융사에 통보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출을 받은 다음 곧바로 개인회생에 들어가는 소비자도 있는 등 개인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국내 80개 저축은행 신용대출 연체 금액은 7323억원으로 이 중 60%인 4393억원은 개인회생으로 부실화된 채권으로 분석됐다.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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