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부품·소재업체들이 주가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실적 하락에 따른 전방산업에 대한 우려와 과열 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시장 환경이 해당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세코닉스의 주가(이날 종가 기준)는 연초 시가(2만3800원) 대비 36%가 빠진 1만7200원에 머무르고 있다. 세코닉스는 자동차 및 스마트폰용 광학렌즈 제조 부문이 전체 매출의 91%를 차지하는 카메라렌즈 업체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44억원과 108억원을 기록해 깜짝 실적을 달성한 지난해(211억원, 162억원)에 비해 3분의 1 이상 줄었다.
카메라부품 대장주인 삼성전기 역시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394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남겼던 삼성전기는 올 3분기까지 502억원의 순손실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주가는 주당 7만3000원에서 5만7900원으로 20% 가량 빠졌다.
동종업체 디지탈옵틱의 주가는 연초 대비 반토막났다. 지난 1월 2일 1만4000원대에서 시작한 디지탈옵틱은 현재 7010원에 거래되고 있다.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의 4분의 1 수준인 41억원에 그친데다 최대주주인 채찬영 대표가 정체불명의 페이퍼컴퍼니(SPC·튜더앤컴퍼니)에 지분을 매각키로 결정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밖에도 지난해 사상 첫 영업익 1000억원을 돌파했다가 올 3분기 530억원으로 쪼그라든 파트론,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4분의 1수준(196억→51억원)으로 급감한 해성옵틱스 등이 모두 주가 하락을 경험했다. 그나마 연초 대비 8% 가량 오른 엠씨넥스 정도만 양호한 실적 덕분에 선방했다.
증시 유망주로 각광받던 카메라 부품주들의 도미노 현상은 전방업체인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과 관련이 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해당 기업들은 대 삼성전자 매출이 최대 80%를 웃돌 정도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까지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조원 가까이 줄어들자 동반 하락 현상이 발생한 것.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 환경도 주가에 제동을 걸고 있다. 한 증권사 IT담당 연구원은 "카메라 렌즈·모듈 제품 주기가 2년 정도에 불과해 관련 업체들의 기술 개발 및 고객사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며 "2차벤더인 광학 소재업체들이 모듈 사업으로 확장하고, 모듈업체들은 소재 분야까지 진출하면서 예전의 협력관계는 찾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전방산업을 고려하지 않은 기술적 접근은 금물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
[매경닷컴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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