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신한·삼성·현대·하나·농협카드 5개사가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는다. 이에 앞서 롯데카드와 BC카드, KB국민카드는 간편결제 시스템을 한발 먼저 내놨다. 연말까지 국내 카드사 모두가 간편결제 시스템 구축을 끝내는 셈이다.
간편결제를 쓰면 예전처럼 결제할 때마다 공인인증서를 불러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크게 줄어든다. 외국인들이 한국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때 가장 불편하게 여겼던 ‘액티브엑스(Active-X)’를 띄우지 않아도 된다. 카드사별로 약간씩 시스템이 다르지만 간편결제 아이디(ID)와 비밀번호만 누르면 결제가 끝나는 구조다. 이베이의 ‘페이팔(PayPal)’ 못지않게 온라인에서 물건 사기가 편해지는 셈이다.
하지만 결제금액이 30만원이 넘어가면 이 같은 편의성은 크게 줄어든다. BC카드와 롯데카드를 제외한 대다수 카드사들이 30만원 초과 결제에 대해 ARS, 휴대폰 문자메시지, 전화 등 추가 인증을 요구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몰인 11번가에서 50만원짜리 코트를 카드로 긁으면 문자나 전화로 본인 여부를 따로 밝혀야 한다는 뜻이다. 결제 방식을 단순화시킨 간편결제 취지에 벗어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공인인증서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없어졌는데 더 불편한 전화 인증을 해야 할 판이라는 얘기다.
카드사들은 보안 문제를 우려해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30만원이 넘는 고액 결제에 대해 빗장을 모두 열었다가 자칫 사고라도 나면 문제가 커질 수 있어 불가피하게 추가 인증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최근 간편결제를 도입한 롯데카드는 3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도 추가 인증 절차를 폐지했지만 이 역시 완벽한 시스템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롯데카드와 제휴한 15개 대형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때를 빼고는 추가로 본인 인증 비밀번호를 요구해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BC카드도 내년부터 30만원 초과 결제에 대해 별도 인증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 역시 제한된 쇼핑몰에서만 쓸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대다수 쇼핑몰에
전문가들은 카드업계에 좀 더 과감한 의사결정을 주문하고 있다. 함유근 건국대 교수는 “금융사고를 우려해 몸을 사리면 페이팔·알리페이를 비롯한 해외 결제 시스템에 주도권을 뺏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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