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2월 18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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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장금리가 기록적인 저금리를 기록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금조달 움직임이 활발했다. 기업들은 저금리 환경을 기회로 삼아 가능한 만기가 긴 채권을 주로 발행해 빚 상환 부담을 뒤로 미뤘다.
기관들도 단기물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장기물 회사채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업과 투자기관 사이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올해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5년물 7년물 등 장기 회사채 발행 물량이 늘었다. 10년물 20년 이상 초장기물 회사채를 발행하는 사례도 다수 눈에 띄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확연한 증가세다. 지난 2013년 회사채 발행량은 올해보다 1조원 가량 적은 33조5390억원이었다. 5년물 이상 회사채 발행량은 16조5000억원으로 전체 회사채 발행량 가운데 49%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올해 3년물 미만 단기물 회사채 발행량은 급감했다. 1년에서 3년 미만 회사채 발행량은 올해 2조3208억원으로 지난해(4조2550억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LG전자와 SK텔레콤 등이 10년 이상 장기물을 18건 발행했고, KT는 20년물 등 초장기 회사채를 발행했다. JB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30년 만기 공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그동안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는 그동안 주로 3년물짜리 단기물이 대세를 이뤘다. 대기업들도 주로 3년물과 5년물을 섞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올해 들어 최근 시중금리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회사채 시장 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3년물 국고채 금리가 2% 수준까지 하락했고, 회사채 금리도 덩달아 약세를 보이자 주요 회사채 투자자인 기관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장기물을 찾기 시작했다.
이 같은 기관 수요에 따라 기업들이 3년물에 5년물과 7년물을 섞어 발행하는 사례가 자주 목격됐고, 신용등급이 높은 SK텔레콤 등은 3년물을 제외하고 5년물 7년물 10년물을 발행하기도 했다.
내년 하반기 금리 상승 전망이 나오고 있어 주요 기업들은 내년 상반기에도 장기물 회사채 발행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장기물 회사채가 봇물을 이루는 상황은 기업과 투자자에게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채권을 중개하는 증권사 IB들은 고민이다. 기업들 채권 만기가 길어지면 차환 주기가 길어지고, 회사채 발행 빈도는 줄어드는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는 증권사 채권 IB에게는 일거리 감소를 뜻한다.
실제로 증권사 기업금융부서는 앞으로 먹거리 확보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IB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주요 기업들이 단기 회사채를 초장기 회사채로 차환하면서 3년 이후부터는 회사채 발행 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라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해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빚을 줄이는 방향으로 경영활동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들 브로커리지(중개)가 부진하면서 전체 사업부문 중에서 회사채 인수가 수익에 기여하는 비중이 컸는데 지금 추세대로 간다면 앞으로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3년 이후부터 채권 인수금융을 접는 증권사도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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