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제일모직은 전날보다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12만9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가총액도 17조5000억원에 육박했다.
그동안 증권가가 내놓은 목표주가 최상단보다도 주가가 더 많이 오른 것이다. 증권사들은 제일모직 목표주가로 7만원부터 12만5000원까지 제시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FTSE와 MSCI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제일모직을 조기 편입한다고 밝혔다. FTSE는 오는 30일, MSCI는 내년 1월 6일에 제일모직을 구성 종목에 편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초를 전후해 이들 지수를 추종하는 해외 펀드를 통해 뭉칫돈이 제일모직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지수 중 추적자금 규모가 가장 큰 것은 MSCI지수로 자금 약 40조원이 MSCI지수를 따르고 있다. 대부분 인덱스 편입에 따라 해당 종목을 즉각 매입하는 형태의 자금이다. FTSE의 한국 관련 추적자금 규모는 15조원 안팎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직 편입 여부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자금 규모도 크다. KODEX200 등 8개 ETF의 시총 합계만 8조원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소 20조원이 코스피200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3개 주요 지수 중 제일모직으로 흘러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 규모는 △MSCI 1400억~1800억원 △코스피200 700억~900억원 △FTSE 500억~700억원이다.
19일 제일모직 주가가 급등한 것은 이 같은 인덱스 자금이 들어오기 전에 미리 물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달 전 삼성SDS 상장 직후 FTSE와 MSCI지수에 조기 편입되면서 대규모 외국인 매수 자금이 유입된 것에 따른 학습 효과로 볼 수 있다.
외국인들도 선취매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18일에는 외국인이 차익실현하는 물량을 국내 기관이 받아내는 양상을 보였지만 19일에는 외국인 투자 패턴이 순매수로 돌아섰다. 19일 외국인은 5만7000주가량 순매수했다. 전날 425만주 넘게 팔아치웠던 것과 대조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장한 지 이틀 만에 주가가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 최상단을 돌파한 것을 ‘과열 양상’으로 진단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주사 개편 작업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하면서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인덱스 조기 편입이 결정되면서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데 제일모직의 경우 그 폭과 주가 상승 속도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코스피나 다른 대형주가 별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일모직에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다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상장한 지 얼마 안 된 종목은 밸류에이션보다는 수급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큰데 제일모직도 이에 해당한다”며 “제일모직 주가가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만큼 투
한 가치주 투자 전문 운용사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소속 펀드매니저들에게 “제일모직 주가가 12만원 이상 넘어서면 더 이상 투자하지 마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제일모직 지분 23.24%를 보유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하루 사이에 5176억원의 평가차익을 얻게 됐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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