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진 KB쇄신안…LIG손보 인수 청신호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사진)이 예정보다 빨리 조직 쇄신 방안을 내놨다. 금융당국도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오는 24일로 예정된 금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KB금융그룹의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KB금융그룹은 17일 ‘내부통제 강화 및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가동했던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팀(TFT)에서 마련한 내용을 토대로 △최고경영자(CEO) 승계 및 양성프로그램 전면 개편 △이사 추천 및 사외이사 평가 프로세스 개편 △이사회 내 위원회 기능 개편 △계열사 대표 및 그룹 주요 임원 추천제도 개선 등에 대한 계획을 내놨다.
윤 회장은 “그간 KB금융을 둘러싸고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들을 통해 전 임직원은 통렬한 반성과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철저한 내부통제와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윤 회장의 KB금융 쇄신안에서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내부통제를 강조한 점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LIG손보 인수 능력은 단순히 지배구조 차원을 넘어 KB금융그룹에서 터졌던 일련의 금융사고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할 수 있는 내부통제장치를 어떻게 마련하느냐에도 있었다”며 “고객들이 불안해하는 금융그룹에 LIG손보를 인수하게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설명했다.
실제로 KB금융의 쇄신안 제목도 ‘지배구조개선’보다는 ‘내부통제 강화’를 앞에 둘 정도로 의미를 부여했다. 지주사의 계열사 내부통제 총괄기능을 강화해 금융사고 근절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계열사 대표이사의 성과 평가 항목 중에 내부통제 지표를 신설해 계열사 내부의 경각심을 높였고, 앞으로 계열사 내부통제시스템 전반에 대한 정밀진단을 실시해 계열사별 내부통제 취약 분야 발굴과 업무개선을 위한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배경이다.
지배구조개선과 관련해서는 CEO 승계 프로그램, 사외이사 구성, 금융그룹 내 임원 선임과 해임 과정에서 임원추천위원회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 쇄신안을 내놨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가 입법예고 중인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내용”이라며 “앞으로 실제 어떻게 적용하고 운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KB는 금융당국이 아닌 고객과 직원들에게 쇄신안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동안 이런 점이 미흡했다”며 “일단 사고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 의지를 보여준 만큼 앞으로 6개월, 1년 뒤에 실제 어떻게 개선됐는지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일 지배구조개선안 초안을 놓고 내부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좀 더 구체화될 전망이다. KB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 토론회를 통해 주주대표와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세부안도 짜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KB는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오는 1월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계에서는 KB금융의 LIG손보 인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의 전원 사퇴 발표에 이어 금융사고 근절대책과 지배구조개선안까지 내놓으면서 윤 회장이 금융당국에 LIG손보 인수 의지를 어느 정도는 보여줬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에서도 LIG손보 인수를 승인해줄 만한 명분이 어느 정도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이달 말에 예정된 대규모 임원 인사와 조직체계 혁신이다. 그동안 지적됐던 KB금융의 각종 사고와 내분사태 관련 임직원들에 대한 인사조치를 포함해 인사 부문의 쇄신안을 어느 정도 보여줄지가 남은 과제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내 최대 금융그룹으로서 KB가 내부통제와 지배구조개선을 어떻게 짜 나가는지는 다른 금융지주에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LIG손보 인수 여부를 떠나 한국 금융산업 발전에 KB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성훈 기자 / 김효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