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 에너지 장관이 지난 주말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유가가 배럴당 40달러가 돼도 즉시 감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 글로벌 증시에 파장을 불러왔다.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우리 증시도 계속적으로 최근 국제 유가 급락의 공포에 기가 질린 모습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격이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 10일부터 한국 증시에서 4거래일 동안 외국인들이 순매도한 금액은 1조4000억원에 육박한다.
15일 하루에만 외국인들은 3000억원의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970.95(9일 종가)에서 50.65포인트(2.6%)나 떨어졌다.
국제유가 급락과 엔화 약세 가속화 우려 등이 연말 ‘산타 랠리’를 기대했던 코스피를 끌어내리고 있고 있는 셈이다.
유가 하락은 과거 글로벌 경제에 호재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이번엔 양상이 다르다. 아베노믹스의 지속이라는 호재를 맞은 일본 도쿄 증시마저도 15일 닛케이평균주가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272.18포인트(1.57%) 하락한 17,099.40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과 유럽 증시에 이어 아시아권 증시도 국제 유가 급락 파장에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이다.
최창호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부장은 “유가 하락은 일반적으로 기업은 비용을 절감하고 가계는 가처분소득이 늘어 구매력을 올리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유가 하락은 이 같은 실물경제가 아니라 자산시장에서 글로벌 디플레이션을 선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말 6조1000억달러(약 6700조원)에 달하는 오일머니가 위축되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유가를 반영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상품이 환매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주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러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원자재를 수출하는 신흥국들의 금융시장이 크게 불안해지면서 전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더 커졌다는 것.
우리 증시에도 그리스의 정치적 불안과 중국의 유동성 경색 우려에 국제유가 급락과 엔화 약세 가속까지 부정적인 재료가 첩첩산중으로 막혀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중국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 발표 등 이번주에 예정된 대외 변수도 불안 요인이다.
김학균 KDB대우 투자전략팀장은 “미국과 유럽 증시는 많이 떨어졌어도 10월 저점 대비 10% 정도 높은 수준”이라며 “반면 한국 증시는 국제 유가하락, 그리스 등 유럽 정치 상황, 미국 금리인상 움직임 등 글로벌 환경에서 얼마나 더 버틸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단기간 큰 폭으로 폭락할
[전병득 기자 /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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