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14일 “사외이사 퇴진을 통한 KB금융 이사회 개편은 LIG손보 인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요건일 뿐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며 “KB금융그룹의 LIG손보 인수 능력 자체에는 여전히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KB금융그룹이 LIG손보를 인수해서 잘 경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 전원 사퇴가 LIG손보 인수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이 마무리한 KB금융그룹에 대한 부문 검사 결과를 살펴봐야 하겠지만 오는 24일 금융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인수 능력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뭔가를 내놓지 않으면 그 결과는 부정적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KB금융그룹이 24일 금융위에서 인수 승인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앞으로 어떠한 회사도 인수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인수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정났는데, 단기간에 그 능력이 다시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 다른 관계자는 “경영진 내분 사태 외에도 KB금융은 각종 금융사고가 집중됐던 곳”이라며 “언제 또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곳에 금융회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쉽게 승인해줄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일련의 금융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재발 방지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근본적인 방지책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종규 회장이 취임 이후 LIG손보 인수를 위한 ‘경영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보다는 ‘경영 의지’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 불만이다. 마치 금융당국을 압박하는 모양새여서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고질적인 출신 은행별 채널 간 갈등 해소를 위한 탕평책이나 일련의 사고에 대한 문책인사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모 부행장은 “우리은행은 이광구 행장 후보자가 내정된 직후 곧바로 현 행장과 인사를 단행해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와 같은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웠다는 점에서 크게 비교된다”며 “KB금융은 윤 회장 취임 한 달이 다 되도록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LIG손보 인수계약서에 지연이자 조항이 들어간 것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은 크게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다. 인수계약서에 이런 조항이 들어간 것 자체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 승인 마감 시한을 계약서에 10월 말로 정해놓은 것도 모자라서 시한을 넘기면 매일 1억1000만원의 지연이자가 발생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며 “과거에도 인수·합병(M&A) 승인은 수차례 연기되면서 계약서 만기를 연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되레
KB금융은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만약에 승인을 거부당하면 인수 능력이 없는 금융회사로 낙인 찍혀 향후 추가 M&A가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 분위기가 바뀌지 않으면 아예 인수를 ‘철회’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송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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