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토펀드 세금폭탄 현실로

후강퉁 시행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과거 중국본토 주식 투자에서 발생한 자본차익에 대한 과세 입장을 공식화한 가운데, 국내 자산운용사 한 곳이 관련 펀드를 청산하면서 자본이득세를 중국에 이미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중국 상하이 증시 활황으로 차익실현 차원의 중국펀드 환매가 이어지고 있어 국내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B자산운용은 지난 6월 24일 중국본토A주에 투자하는 ‘KTB차이나스타A주’ 펀드를 청산하면서 중국에 5000만달러(약 550억원) 규모의 ‘외국인기관투자자격(QFII)’ 쿼터를 반납했다. 중국이 해외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중국본토 주식에 투자를 허가한 QFII는 승인 이후 6개월 동안 쿼터의 20% 이상을 채워야 하고, 이후에도 환매 등으로 20% 이상을 채우지 못할 경우 쿼터를 반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 세무당국이 과거 약 3년간 발생한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납부를 요구했고, KTB운용은 현지 글로벌 대형 회계법인을 통해 중국 당국과 협의한 끝에 결국 펀드 운용자산 대비 약 5% 수준인 20억~30억원의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율은 수익이 발생한 개별 종목 매매차익의 10% 수준이고, 손실 종목에 대한 상계 과세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KTB운용 관계자는 “기관투자가 자금이 한번에 빠져나가면서 펀드를 청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중국 당국이 과거 발생한 자본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으면 세금완납 증빙을 할 수 없고, 그걸 못하면 투자금을 회수해올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세금을 납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의 과거 자본이득 과세 관련 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은 국내 주요 운용사들은 지금까지 “실제 과세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보여왔으나, KTB운용의 세금 납부 사례에 적잖이 긴장하는 모습이다. 2010년을 전후로 QFII를 활용한 중국본토 펀드가 설정될 당시 기관 자금이 많이 유입됐는데, 최근 상하이 증시 급등으로 기관 자금이 이탈할 경우 펀드를 청산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월 들어서만 중국본토 펀드에서 이미 1000억원가량 환매가 발생했다. QFII는 환매 주기가 1주일 단위이고 달러를 위안화로 환전해 투자해야 해 환전비용도 발생한다. 시장에서는 ‘위안화외국인적격기관투자자격(RQFII)’을 활용한 펀드 출시가 본격화하면 상당수 기관들이 RQFII 펀드로 갈아탈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운용사의 리스크관리(RM) 담당자들은 이달 초 모임을 갖고 실제 과세될 경우 회사 고유자산으로 처리하겠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펀드 자산에서 과세 충당금을 일시적으로 쌓아 투자자 수익률이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과세 충당금을 적립해 놓은 운용사들의 펀드 순자산 대비 충당금 비중은 5~8% 수준이다. 현재 설정액 대비 5%를 자본이득세로 납부한다고 가정할 경우 대형 운용사는 회사당 100억~200억원, 중소형 운용사는 10억~20억원 정도 기타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의 치빈 국장은 지난 4일 금융위원회 주최로 서울에서 개최된 ‘중국자본시장 투자 콘퍼런스’에 참석해 “과거 자본차익 과세에 대한 구체적인 세칙에 대해서는 현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