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최대 증거금 30조원 빨아들인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삼성그룹을 꾸려가는 데 있어 제일모직이 가진 엄청난 영향력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제일모직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최고 정점에 있는 핵심 기업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제일모직 상장을 본격적인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라고 보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제일모직이 제조 관련 계열사 대부분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시나리오는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제일모직을 분할된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합병하거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해 그룹 지주회사로 만든 뒤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한 후 분할된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전자계열사를 아우르는 중간지주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이 같은 시나리오를 현실화하기 위한 기반 조성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지난달 26일 2조2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전격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을 완료하면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사주 비중은 12.21%로 높아진다. 자사주는 의결권에 제한을 받지만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을 하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적분할 전에 자사주를 갖고 있는 경우, 분할 과정에서 자사주를 지주회사에 귀속시키면 의결권이 부활된다. 인적분할만으로도 삼성전자지주회사는 삼성전자 의결권 12.21%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관건은 오너 일가가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어떻게 지배할 수 있느냐인데,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제일모직은 오너 일가 지분이 4.69%에 불과한 삼성전자와 달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24%를 보유하는 등 상장 후 기준으로도 오너 일가 지분율이 40%를 넘는다. 기존에 보유 중이던 삼성전자 지분과,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통해 취득하게 되는 지분을 합할 경우 지배력 확보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향후 지주회사로서 로열티, 배당수익 확보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배구조 변환 속도에 따라서는 지주회사 프리미엄 적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배구조상의 핵심 역할 외에 패션, 식음료 서비스, 건설, 레저 등 다양한 사업영역도 장점이다. 패션과 바이오 사업의 경우 성장 가능성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패션 부문은 제일모직 사업부문 중 매출액 기여도가 가장 높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35.8%에 달한다. 성장성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SPA(패스트패션) 브랜드인 에잇세컨즈가 론칭 첫해인 2012년 매출 600억원, 2013년 1300억원을 기록하고 올해는 50% 이상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 45.6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바이오 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거는 기대도 크다. 내년
삼성생명 지분과 부동산 등 자산 가치도 막대하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는 총 10조8975억원에 달하는데, 이 중 투자 지분 가치만 4조6425억원에 달한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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