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12월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는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12월 기준금리를 연 2.00%로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 8월과 10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한 바 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 최근 디플레 논란은 저성장·저물가 고착화를 우려하는 뜻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KDI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3.5%, 근원물가상승률을 2.0%로 전망했는데, 이를 디플레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저성장·저물가가 고착화되면 디플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방지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이미 두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정부가 다각적 정책을 통해 경기를 살리려고 노력했음에도 실물 경기가 활발히 살아나지 못한 것은 구조적 문제가 워낙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 요인을 치유하지 않고선 저성장·저물가를 탈피할 수 없다. 일본이 1990년대 이후 디플레를 맞은 것도 구조적 문제를 치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두 차례 금리 인하 이후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 가계부채 증가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금리 인하가 부채를 늘리는 쪽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이는 금리 조정에 따른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외국인 자금의 이탈 움직임은 아직 없다. 오히려 유입되는 모습이다. 앞으로 내외금리차 축소에 유념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
- 금융당국이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재조정 등으로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한은의 통화정책 여력이 커지는가?
▲ 기준금리 인하와 LTV·DTI 규제 완화 이후 가팔라진 가계대출 증가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에서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한은에서도 최근 두 달간의 증가 폭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으나, 금리 정책을 할 때 가계부채만 고려할 수는 없다. LTV·DTI 규제가 조정되고 가계부채가 줄어든다 해도 반드시 금리 인하 여지가 생긴다고 볼 수는 없다.
가계부채 문제는 한은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금융감독 당국과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두 달 새 크게 늘어난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감독 당국과 협의 중이다. 또 가계부채는 금리보다는 미시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 내년에 3% 중후반대 성장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 여건이 바뀌거나 전제한 상황에 변화가 있으면 전망치가 바뀔 수밖에 없다. 지난 10월 수정 경제전망 이후 두 달간 변화를 보면 3.9%의 성장률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 경제가 예상보다 더 부진해 유럽중앙은행(ECB)에서 유럽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고, 중국 경제 성장세 둔화도 눈에 띈다.
국내에서도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예상보다 상당히 부진한 모습이다. 이를 고려해 다음 달에 내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겠다.
- 한은이 판단하는 잠재성장률 수준이 현재 어느 정도인가?
▲ 장기적인 방향과 추세로 보면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와 노동력 문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 부진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경제 발전 단계에 와 있다고 판단한다.
- 최근 심화된 국제유가 하락이 한은의 물가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유가 하락은 중요한 물가 하락 요인이다. 경제 모형으로 보면, 원유 평균 도입단가가 10% 떨어지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2%포인트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유가 하락이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당 폭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제 유가 변동폭이 워낙 커 두 달 전 내놓은 물가 전망치는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 엔저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언급이 있었다. 이에 대한 의견은?
▲ 엔저가 심해지면 일본 기업과 경합하는 국내 기업이 분명히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런 우려로 원·달러와 엔·달러 환율이 동조화를 보이는 것이다. 동조화로 원화 가치가 많이 절하됐는데, 이것만 놓고 보면 전체적인 수출 가격 경쟁력은 높아졌다. 그러나 엔저에 따른 특정 산업이나 기업의 타격, 불이익에 대해서는 간과할 부분이 아니라 미시적 관점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엔저영향이 우리 경제에 나타나고 있다고 보나.
▲ 엔저가 시작된 지 2년이 됐다. 현재 원·엔 환율은 글로벌 위기 전의 환율인 960원 아래로 내려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의 비가격 경쟁력이 상당히 향상됐고 미국과 신흥국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여서 엔저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론 일본 기업이 엔저를 발판 삼아 가격 인하에 나선다든지, 적극적 마케팅을 펴면 우리나라 제품 판매에 애로가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추수감사절 세일 때 이런 현상이 부분적으로 감지됐다. 일시적 현상인지, 일본 기업이 영업 마케팅 자체를 바꾼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 중국 인민은행이 최근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중국이 대세적인 완화 기조로 들어섰다고 평가하는가?
▲ 중국 인민은행의 공식적 견해에 따르면 이번 금리 인하는 기존 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일회성으로 끝날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 인민은행은 중국 경제의 흐름에 맞춰 금리를 조정할 것으로 본다. 중국은 과거의 고성장률 목표치를 낮춰 구조적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이런 차원에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목표치를 조기 수정할 가능성이 있나.
▲ 현재 물가안정목표는 2012년에 설정한 것이다. 지금은 여러 구조적 변화, 해외 요인의 영향력이 커진 문제, 공급 요인으로 인한 충격 등이 겹쳐 당시 목표치가 과도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새로운 적정 물
[매경닷컴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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