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유를 보면, 대체로 사용자 의견을 대변하는 전경련과 노동자를 대표하는 사무금융노조는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같은 의견을 내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런데 이번 모범규준은 모두 반대하고 나섰다.
전경련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최고경영자와 임원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사람 중에서 뽑으라는 규정이다. 대표이사 선임 등은 주주의 권리인데 이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다. 보험·증권을 비롯해 오너가 있는 금융사들이 전경련과 같은 입장이다. 모범규준을 시행하면 대주주가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어 경영 혼란을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사무금융노조는 ‘관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당국이 KB금융을 압박하고 사외이사의 사퇴를 밀어붙이는데도 효과가 없자 급하게 이 규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의문은 ‘절차’다. 공무원을 취재할 때 많이 듣는 것 중 하나가 “○○법 통과에 따라 ○○시행령, ○○규칙 등을 만들고…”라는 식의 어법이다. 절차를 중시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책은 다수의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절차를 통해 정당성과 예측가능성 등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모범규준은 여느 때와는 좀 다르다. 국회에 지배구조와 관련한 법이 이미 몇 개나 올라가 있는데 이것들이 통과되기도 전에 하위 규정인 모범규준부터 만들었다. ‘공무원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규제’라는
금융위는 이런 비판에 대해 ‘오해’라는 입장이다. 만약 오해라면 모범규준을 시행하기에 앞서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혹시나 오해가 아니고 모범규준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라면 빨리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금융부 = 김규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