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급락으로 SK이노베이션(-6.64%) 에쓰오일(-5.39%) 등 국내 정유주는 동반 하락했다. 4분기에도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구매해 국내로 들여오기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리는데 계속되는 유가 하락으로 배럴당 10달러 정도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한다. 미리 사놨던 원유 비축분에 대한 평가손실까지 더해지며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재고평가손실만 1900억원에 달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3분기 실적 발표 당시만 해도 국제 원유 가격이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낮았다”며 “하지만 유가 하락으로 정유사들이 4분기에도 1000억원 넘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낼 위험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조선주도 대형 악재다.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내년부터 해양 프로젝트 발주를 미루는 등 비용 절감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대중공업(-4.26%) 대우조선해양(-7.66%) 등도 줄줄이 하락했다.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석유업체들이 비용 절감에 나서면 조선사들이 해양 부문에서 수주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LNG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수주 경쟁까지 치열해지면 수익성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유화학 업종인 LG화학 한화케미칼 등도 이날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일부 IT주를 제외하면 대부분 수출주들이 약세를 보인 셈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제 유가 하락은 순수입국인 한국 흑자폭을 확대하는 압력으로 작용해 원화값 상승 흐름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항공유 가격 하락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대한항공(4.74%) 아시아나항공(9.73%) 주가는 크게 올랐다. 특히 3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한 대한항공은 4분기에도 유가 추가 하락과 화물 부문 성수기 진입으로 실적 개선세가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틸리티주인 한국전력도 3% 이상 주가가 올랐다. 발전 연료 중 25% 안팎 비중을 차지하는 LNG 가격이 대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OPEC발 유가 쇼크가 국내 증시를 덮치면서 ‘정화조’ 업종 등 수출주 일부는 피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대내외 환경이 그렇게 나쁘지만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석유화학업종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국내 경제에는 비용 절감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병득 기자 /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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