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간 합병이 무산되면서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있어 기관투자가의 영향력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두 회사 지분을 각각 5% 안팎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이 이번 매수청구권 행사에서 작지 않은 규모를 차지하면서 국민연금이 향후 증시에 미칠 힘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이는 상황이다.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22일 기준 국민연금의 삼성중공업 보유 주식은 1152만682주(4.99%), 삼성엔지니어링 보유 주식은 209만5399주(5.24%)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은 각각 2만7003원과 6만5349원으로, 만약 국민연금이 보유 지분 전량에 대해 청구권을 행사했다면 합계 금액은 4480억원이다. 양사의 실제 주식매수청구 금액 합계 1조6298억원 대비 27.5% 수준이다.
국민연금 측은 매수청구권 행사 규모는 연금 운용상 내부 기밀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연금 내부에서 직접운용과 위탁운용 부문에서 청구권 행사에 대한 다른 의견을 보였고, 실제 행사 금액은 보유 지분의 절반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국민연금 이외에 삼성중공업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신운용, 삼성엔지니어링은 스탠더드라이프인베스트먼트와 UBS글로벌자산운용 등이 지분율 5% 안팎의 주요 투자자로 알려졌다.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우리가 합병에 반대할 이유가 없었고, 다만 청구권 가격과 주가 간 차이가 나는 상황이니까 오히려 청구권 행사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투자 업계 안팎에선 이번 합병 무산을 계기로 국내 자본시장에서 국민연금의 힘이 제대로 발휘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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