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잇단 조선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사죄’가 화제다. 한 조선회사가 3분기에도 충격적인 실적을 내놓자 이들이 대신 “죄송하다”고 나서고 있는 것. 애널리스트들이 상장사 실적에 대해 투자자에게 사과하는 것은 흔치 않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사연은 이렇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동익 한화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달 31일 기자들에게 보낸 ‘현대중공업 3분기 실적 관련 코멘트’에서 “3분기 실적에 충격이 크실 것”이라며 “어닝쇼크 원인과 책임 소재를 떠나 담당하고 있는 애널리스트 중 한 사람으로서 깊은 반성과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썼다. 정 연구위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보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현상들을 살피고, 투자자 보호라는 애널리스트 본연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도 같은 날 ‘성급한 희망을 기대했던 원죄’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냈다. 김 연구위원은 “1조858억원이라는 믿기 힘든 충당금을 차감해도 이 정도 실적은 현대중공업뿐만 아니라 현대미포조선·삼호조선 등 그룹 전반에서 복합적인 경영 악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에 부실이 일괄 반영되면 2015년 턴어라운드를 기대할 수 있다는 애널리스트의 희망은 성급했다”며 “구조조정 과정과 수주업 원가 산정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만이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2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후 증권사 조선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더 떨어질 곳이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들이 전망한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325억원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2조원에 가까운 적자가 나왔고, 급기야 애널리스트들이 사과하는 일이 벌어진 셈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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