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0월 20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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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은 이달 초 1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 단기물 3년물 300억원을 포함해 장기물인 5년물과 7년물 총 1000억원을 발행했는데, 기관 수요예측에서 모집금액의 5배가 넘는 7700억원이 몰려 대흥행을 기록했다. 모두 조달금리를 3% 이내로 낮췄다. 뿐만 아니다. 우리은행 외환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만기 1년 미만 단기차입금 500억원을 회사채 발행한 돈으로 상환했고, 525개 협력 업체에 결제할 물품매입 대금 1000억원도 회사채를 발행해 갚았다. 결제일이 자주 돌아와 애를 먹였던 단기 부채들을 장기 회사채로 갚으면서 단기부채가 장기부채로 치환되는 효과도 봤다. 당분간 단기 부채를 결제할 걱정이 없어진 셈이다.
최근 CJ제일제당처럼 장기물 회사채를 발행해 단기 부채를 갚아 이자비용 감소와 재무개선 효과를 누리는 사례가 다수 나타난다. 최근 시장금리가 계속 하락하면서 기업들이 장기자금을 빌리기 좋은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이후부터 최근까지는 3조1510억원이 발행됐다. 지난 1분기 발행량은 1조2200억원을 기록했고 2분기에는 2조8300억원을 보여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모습이다.
이는 최근 회사채 발행조건이 기업에 유리한 국면이 됐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2%로 사상 최저치로 내려가는 등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시장금리와 연동된 조달금리도 큰 폭으로 낮아졌다. 기업들로서는 돈을 빌리는 부담이 줄었다.
더불어 보험사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투자기간은 길지만 조금이라도 더 금리가 높은 장기채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 기업들 장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기관들도 장기물 회사채 수요가 높다. 발행사와 투자자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시점인 것이다.
장기 자금을 싸게 끌어 쓸 수 있는 것은 기업들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기업들은 영업활동을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매입채무(외상매입 후 결제할 돈)나 금융권 단기차입금, 단기 기업어음(CP)등도 장기 회사채를 발행해 상환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1년 미만 단기 부채(유동부채)가 장기 부채(비유동부채)로 바꾸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최근 같은 저금리 상황에 회사채를 발행하면 지급해야 할 이자 지출금액도 줄어든다. 결론적으로 회사채 발행을 통해 손익개선과 재무건전성 개선되는 효과를 보게 되는 셈이다.
일부 회사채 발행이 뜸했던 기업들도 회사채 시장에 적극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지난 2011년 10월 이후 회사채 시장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대림코퍼레이션은 6월 8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최근 추가로 500억원 규모 자금조달을 추진 중이다. 이번에 발행하는 회사채는 3년물과 5년물로 각각 300억원과 200억원 씩이다.
앞서 6월에 발행한 회사채는 전액 회사채 차환(만기 도래한 회사채를 새로운 회사채로 상환하는 것)하는 데 썼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달한 자금은 전액 거래처 결제대금으로 쓴다. 일반적으로라면 단기 어음을 발행하지만 최근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돼 회사채 발행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도 최근 회사채를 발행해 물품 매입대금을 결제했다. 일반적으로 이마트 등 유통업체는 물건을 남품하는 거래처가 많아 수금과 결제가 수시로 일어난다. 단기 부채인 어음을 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2000억원 규모 5년만기 회사채를 발행해 이 중 500억원을 물품 결제대금으로 썼다. 나머지 1500억원은 지난 2011년 10월 발행된 3년만기 회사채를 상환해 기존 부채 만기를 2년 추가 연장하는 효과도 봤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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