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0월 20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산업은행이 SK가스에 동부발전당진을 기존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동부건설의 근심이 커졌다. 동부발전당진을 담보로 산은에서 조달한 차입금을 상환하면 동부건설이 손에 쥘 수 있는 자금은 십수억원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일 산은과 SK가스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SK가스 측에 비공식적으로 동부발전당진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산은이 제시한 동부발전당진 매각가격은 2000억원 수준으로 앞선 매각 시도 때 삼탄과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결정된 금액인 2700억원보다 700억원이나 낮아졌다.
동부건설은 이미 산은으로부터 동부발전당진을 담보로 1989억원을 차입해 쓰고 있다. 만약 동부발전당진이 2000억원에 매각되면 차입금을 상환하고 동부건설이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은 단순계산으로도 11억원밖에 안 된다.
지난 9월 삼탄과의 본계약이 해지된 후 산은은 삼탄 측에 재차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당시 산은이 제시했던 가격 역시 2000억~2100억원 수준으로 기존 가격에 크게 못 미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탄이 끝내 인수 불가 방침을 통보하자 차순위협상대상자인 SK가스에게 공이 넘어온 것이다.
산은은 송전선로 문제가 불거지면서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져 동부발전당진의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조건대로라면 인수자는 예비송전선로 건립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2018년 발전소 준공을 완료해도 2021년까지 전력 생산을 할 수 없다. 동부발전당진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가 기존 선로를 활용해 2018년부터 상업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한때 매각가격으로 3000억원대 이상까지 기대했던 동부건설은 현재 거론되는 가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동부발전당진은 사실상 민간이 석탄사업발전 사업권을 가질 수 있는 마지막 매물인데다 송전선로 문제만 해결되면 당장 4년 뒤부터 상업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부발전당진 지분 40%를 보유 중인 동서발전이 얼마 전 송전선로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제고하도록 정부를 상대로 재정 신청을 낸 상태다.
동부건설이 동부발전당진을 담보로 차입한 자금의 만기는 내년 6월까지로 아직 여유가 있다. 조금만 시간을 갖고 매각을 진행하면 지금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채권 회수에만 혈안이 돼 기업 정상화는 뒷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동부건설에 비상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에 동부발전당진 매각을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동부건설 관계자는 "내달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자금은 내부적으로 잘 준비가 되고 있다"면서 "이미 선제적으로 손실을 털고 5조원이 넘는 수주 물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K가스가 산은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지 않다. SK가스는 석탄발전 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 4월 고성그린파워 지분 19%를 1716억원에 취득했으며 동양파워 인수전에도 뛰어들어 본입찰까지 참여한 바 있다.
[전경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