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최근 한 달째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홍콩 현지 글로벌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한국 시장에서 매도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달러 강세와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요 기업에 대한 실적 염려가 커졌고, '초이노믹스'에 대한 정책 기대감이 한풀 꺾인 것도 자금 이탈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들은 한국 증시가 단기간에 빠르게 하락한 만큼 추가 낙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대형주는 뚜렷한 반등 모멘텀이 없어 증시 횡보 국면이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중소형주는 성장세가 견고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12일 매일경제신문이 홍콩 현지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식을 매매하는 주요 헤지펀드 매니저 4명을 긴급 이메일 인터뷰한 결과 △달러 강세 △중국 경기 둔화 △주요 기업 실적 부진이 최근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홍콩법인의 알렉스 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 경기 회복을 기대하고 유입됐던 헤지펀드 자금이 최근 중국 경기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아시아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며 "한국은 중국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최근 급격한 원화 약세가 동반되면서 자금 이탈이 큰 것 같다"고 진단했다.
스위스계 고텍스펀드의 윌리엄 마 포트폴리오매니저(부CIO)는 "단기 투자 성향의 핫머니 자금은 달러 강세 국면에서 아시아에서 일시적으로 자금을 빼고 있다"며 "특히 한국은 주요 기업 실적이 하락하면서 외국인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한국 '초이노믹스'에 대해 외국에서도 긍정적인 기대감이 많았지만 정작 한국 대기업들은 초이노믹스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 증시 저평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노무라의 홍콩 헤지펀드 계열사인 BFAM파트너스의 벤저민 푸크스 대표 역시 "아시아 주식시장 성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적이지만, 현재로선 한국 시장이 강하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국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앞으로 한두 달 정도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모 CIO는 "3분기 실적시즌이 시작되면서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의 저조한 실적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 외국인 자금 유출이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국의 중장기적 성장 전망은 여전하고, 한국도 저평가 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자금 이탈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3분기 실적시즌 이후에도 마땅한 반등 모멘텀이 없다는 점이다. 외국 매니저들은 코스피 횡보 장세가 좀 더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윌리엄 마 매니저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 둔화가 나타나고, 현대차 역시 환율 영향과 잠재적인 파업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중소형주는 매출과 이익 성장률이 여전히 높고 정부의 경기 활성화 대책에 따른 추가적인 수혜도 기대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랑가나탄 라제시 도릭캐피털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코웨이와 같은 한국 중소형주들은 여전히 연간 10% 이상 높은 실적 성장성을 보이고 있고 향후 몇 년 동안 수익성 개선을 위한 명확한 계획을 갖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서 유망 중소형 종목을 찾는 데 여전히 낙관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코스피 중소형지수 상승에서 보아왔듯이 중소기업 육성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는 단기적으로는 주요 선진국 투자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 CIO는 "홍콩 시위가 아시아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재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