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으로 촉발된 관피아 척결 바람이 금융권 고위 인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는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후임으로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금융 관료로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아닌 순수 민간인 출신 인사가 부각하고 있는 것. 그동안 은행연합회장 자리는 기획재정부 출신이 꿰차고 있었다. 현 박 회장도 재정경제부 1차관 출신이다.
만약 이번에 민간인 은행연합회장이 탄생하면 이상철 전 국민은행장(김영삼 정권), 신동혁 전 씨티은행장(김대중 정권)에 이어 역대 세번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조준희(60) 전 IBK기업은행장과 이종휘(65)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이 급부상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준희 전 행장은 이 외에도 현재 KB금융지주 회장과 감독당국의 금융소비자 역할 강화 차원에서 추진중인 금융소비자원 초대 원장에도 잠재적인 후보군으로 분류돼 있다.
조준희 전 행장은 지난해 KB금융과 잘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가 있다.
낙하산 인사로 홍역을 겪던 지난해 국민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조 행장은 내부출신으로 평소의 소신대로 여러 정책을 도입, 이 결과 기업은행의 위상은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 (KB금융그룹에) 인물이 없다면 조준희라도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때 '조준희 열풍'(?)이 불기도 했다.
그는 1980년 기업은행의 전신인 중소기업은행에 입사해 도쿄지점장과 종합기획부장, 종합금융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수석부행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0년부터 지난해 12월말까지 행장을 지냈다.
이종휘 이사장도 KB금융 회장과 은행연합회장, 서민금융진흥원장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이사장은 특유의 원칙주의로 우리은행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70년 한일은행에 입사해 2001년 한빛은행 신용관리본부장, 2003년 우리은행 경영기획본부장, 2004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2008년 우리은행장, 2011년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2013년부터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조준희 전 행장과 이종휘 이사장은 순수 뱅커 출신의 화합형 CEO라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재임기간 임직원들의 신망이 두텁고 뼛속까지 은행원이라고 할 정도로 업무에 천착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 대세가 관피아에서 민간 CEO 출신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관피아 척결뿐만 아니라 인사 시스템의 투명성과 공정성, 운영시스템 등도 고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은행연합회가 공익적 성격이 강한터라 순수 뱅커 보다는 관료와 민간업계를 두루 경험한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1년 넘게 공석으로 남아있던 손
LIG손해보험 사장을 역임한 장 회장은 민간 출신으로는 세 번째 손보협회장에 이름을 올렸다.
관료가 아닌 민간 출신 손보협회장은 메리츠화재 출신의 박종익 전 회장이 임기를 마친 2002년 이후 12년 만이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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