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9월 03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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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들어 글로벌 채권시장의 휴가기간이 끝나면서 그 동안 숨고르기를 해 온 한국 기관들이 해외채권 발행을 재개한다. 특히 지난 상반기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으로 시기를 잡지 못했던 공기업들이 줄줄이 대기중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은 전날 7억5000만달러 규모의 올해 두 번째 글로벌본드 발행을 개시했다. 결정하자마자 기습적으로 발행을 공표(Deal announce)하며 9월 한국물 발행의 포문을 열었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 1월에도 3년물과 10년물로 구성된 듀얼 트란쉐(Dual Tranche) 구조로 15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해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어 한국서부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도시공사 등도 연이어 해외 시장에서 달러를 조달한다. 이들은 모두 5억달러 규모의 달러화채권 발행을 준비중이다. 이들 공기업은 대부분 만기 도래하는 해외채권을 차환하려 발행에 나섰다. 상반기 정부의 외평채 발행 탓에 대부분의 공기업들이 적절한 발행 시기를 잡지 못해 상대적으로 하반기에 발행이 몰렸다.
산업은행의 다음 타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달 BoA메릴린치, 바클레이즈, 스탠다드차타트(SC)를 주간사로 선정하고 세부적인 일정을 조율중이다. 지난 1일 이사회를 통해 조달 계획을 승인받았다. Reg.S 방식으로 발행할 계획으로 주로 유럽과 아시아 지역 투자자들을 끌어 모을 계획이다.
또 한국수력원자력은 BoA메릴린치, 도이치뱅크, HSBC, JP모간, RBS를 주간사로 선정했고, 한국도로공사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도이치뱅크, 노무라, BoA메릴린치를 주간사로 선정해 발행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글로벌 채권 시장의 상황은 긍정적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지정학적 위기와 유럽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확산으로 미국 국채금리가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물의 발행 금리가 보통 미국 국채금리(T)에 가산금리(Spread)가 더해져 결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국채금리가 낮을 수록 이자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달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한 한국수출입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하나대투증권 이미선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계 경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헤지펀드, 외국 중앙은행, 머니마켓펀드 등 광범위한 기관투자가들이 대규모로 미국 국채를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우량 채권에 투자 비중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이슈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어느 방향으로 변화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어 발행 시점 설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채권 시장의 조달 여건이 좋은 것은 맞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언제 어떻게 급변할지 모른다"며 "9월과 10월에도 계속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볼 수 없어 되도록 빠른 타이밍에 발행을 완료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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