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8월 14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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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들이 주주총회 정관변경을 통해 무더기로 신사업을 추가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지만 사업을 진행할 만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데다 대부분 주력 사업과 무관한 분야라 시장의 우려가 잇따른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유가증권 코스닥 상장사 8곳이 주주총회 정관변경을 통해 3개 분야 이상 신사업을 추가하거나 관련 안건을 상정했다. 5개 이상의 신사업을 추가하려는 곳도 절반이 넘는다.
반도체장비 업체인 비아이이엠티도 주주총회를 통해 바이오신약 개발 및 의료기기 제조, 기능성 건강보조식품 제조·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할 계획이다.
특히 여성의류 기업인 테코네티션은 무려 39개의 사업목적을 일시에 추가키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추가 예정인 사업목적에는 테마파크, 관광, 신인가수 및 연기자 양성, 통신판매업, 화장품 제조업 등이 총망라돼 있다.
이밖에도 코스닥 상장 건설업체인 승화프리텍이 자동차 정비 수입, 의약품 화장품 도소매업, 카지노슬롯머신 임대업, 태양광 사업 등을 신사업에 추가하는 정관변경안을 상정하는 등 상장기업들의 사업목적 추가는 계속되고 있다.
무더기로 신사업을 추가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주력사업이 부진한 탓에 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각 기업 실적자료에 따르면 사업목적 추가 예정기업 8곳 가운데 단 한 곳만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지난 3년간 회계연도 중 2년 이상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기업만 절반인 4곳에 달한다.
하지만 이를 타개하기 위해 새로 추진하는 사업들이 기존 사업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우려는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여러 사업목적을 장황하게 늘어놓지만 사업이 실제로 추진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적 악화로 고통받는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신사업을 거론하면서 신사업 추진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는 기업들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활도자기로 유명한 행남자기는 최근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가전제품 사업 등을 사업목적에 신규 추가할 예정이었으나 자금조달이 차질을 빚고 신사업을 위한 이사 선임도 무산되면서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행남자기는 최근 기존 사업과 무관한 사업 10여개를 무더기로 정관에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산 바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과 무관하더라도 신사업을 통해 난관을 극복하고 회사를 탈바꿈시킬 수는 있다"면서도 "태양광이나 바이오 사업과 같이 전망이 불투명하거나 음식 프랜차이즈처럼 차별성이 없는 신사업들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회사의 실행 의지부터 의심을 해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경운 기자/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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