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8월 04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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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동차부품업체들이 은밀하게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오고 있지만 실제 거래 성사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자동차부품업체 창업주들의 본격적인 은퇴시기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업승계나 기업매각 모두 여의치 않아 '진퇴양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4일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가업승계 M&A 섹터 중 가장 수요가 높은 자동차부품업계를 지목해 별도 팀을 운영해 봤지만 실제 딜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부품업체들은 대부분 1980년 전후에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 성장이 본격화된 직후 창업했다. 당시 이립(而立)의 젊은이였던 자동차부품업체 창업주들은 어느덧 이순(耳順)을 넘어 은퇴를 고민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반면 자동차산업 발전과 더불어 풍요로운 삶을 누린 창업주 2세들은 '기름밥 먹기 싫다'는 풍조 속에서 증여세 등 제반비용 부담으로 가업승계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자동차부품업체들이 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하는 이유다.
그러나 자동차부품업체 M&A가 성사되는 사례는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현장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부품업체 M&A는 결국 원청업체인 완성차 생산업체가 동의해줘야 가능하다"며 "M&A 매칭에 고려사항이 추가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청업체인 자동차부품업체 소유주가 바뀜에 따라 경영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완성차 생산업체 입장에서도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자동차부품업체 M&A에 있어 완성차업체의 승인이 필수적인 셈이다.
최근 대한해운과 한진해운 벌크선 사업부 등 해운업체 M&A 과정에서 일부 화주들이 새로운 인수자들의 경영능력을 문제삼았던 해프닝이 발생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결국 자동차부품업체 M&A는 '매각자-인수자-원청업체'라는 삼각구도를 모두 만족시켜야 성사되는 까닭에 여타 업종 M&A 대비 변수가 하나 더 늘어나는 시스템일 수 밖에 없는 양상이다.
자동차부품업체의 영업이익률이 제한적인 점도 M&A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국내 대표 자동차부품업체인 성우하이텍의 경우만 봐도 연간 영업이익률이 지난 2011~2013년에 각각 6.75%, 6.65%, 6.87%로 균일한 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차 벤더업체들 영업이익률이 일정하게 나타나는 것은 대부분 업종에서 공통된 현상"이라며 "영업이익률이 높아질 경우 절대 갑(甲)인 원청업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까닭에 기업 인수뒤 경영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높여 되파는 사모투자펀드(PEF)같은 재무적 투자자(FI)는 자동차부품업체 M&A가 원천봉쇄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유사한 논리로 동종기업 등 전략적투자자(SI)도 M&A 메리트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기업인수자금 투입, 기업경영에 따른 손실위험요인을 감안할 때 6~7%의 영업이익은 M&A를 추진할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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