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종합소득세 신고로 '세금폭탄'을 맞은 슈퍼리치 숫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투자패턴도 크게 변하고 있다.
올해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자는 642만명으로 전년(611만명)에 비해 31만명 늘어났다. 세제 개편으로 금융소득(이자소득 및 배당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인하됨에 따라 추가로 종합소득세 납부 의무를 지게 된 자산가는 11만명에 달한다.
세금 부담이 높아짐에 따라 최근 자산가들의 재테크 초점은 '절세'에 맞춰지는 모습이다.
보수적 경향이 짙은 국내 자산가들은 그간 해외 증시에 대한 안정적 투자 수단으로 펀드를 선호했지만 요즘에는 개별 종목을 매매하거나 증권사에 신탁 상품을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외 펀드의 경우 펀드 투자로 발생한 수익에 대해 배당소득세율 15.4%로 원천징수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배당소득을 포함한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하는 자산가의 경우 펀드 수익에 대해 최대 41.8%까지 세금을 부담할 수 있다. 해외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 배당소득세율보다 높은 양도소득세 22%가 매겨지지만 금융소득 종합과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신탁이나 랩 상품 형태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해외 금융기관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투자자문을 받아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종합소득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슈퍼리치 재테크에 나타난 또 다른 변화는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에 대한 선호가 더욱 심화됐다는 점이다. 시중에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 많지 않기도 하거니와 벌어봤자 세금만 더 낼 수 있다는 생각에 고위험 투자를 꺼리는 풍조가 나타나고 있다.
한 국내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요즘 인도나 중동ㆍ북아프리카 지역에 투자하는 상품의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작 자산가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해외 펀드의 경우 철저히 중위험ㆍ중수익을 추구하는 자산배분형, 인컴, 하이일드 채권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상품 가운데서는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이 대세다. 특히 매월 수익금을 꼬박꼬박 지급하는 형태의 ELS는 과표 분산 등 절세 효과도 있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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