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7일 연중 최고치(2020.9)를 찍으며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단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이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는 듯하다. 코스피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동시다발적으로 며칠 전과는 확실하게 달라져 상승 기대심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글로벌 경기 불안 △원화 강세 △정책 모멘텀 실종 △기업 실적 부담 △펀드 환매 우려 등 올해 들어 국내 증시를 짓눌렀던 5대 악재가 한풀 꺾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금융투자업계는 이달에 박스권 상단인 2050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상반기 코스피를 괴롭힌 가장 큰 요소는 환율과 기업 실적이었는데 원화 강세가 약해지면서 둘 다 해결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펀드 환매 부담도 예전보다 작아져 이달에 2050선을 돌파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실제 이달 초 달러화당 원화값이 1007원대 초강세에서 1029원으로 떨어지면서 대형 수출주들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에서는 대형주(0.4%)가 중형주(0.24%)나 소형주(0.38%)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종목별로는 자동차주가 전날 상승으로 소폭 조정을 받았을 뿐 전자 철강 화학 업종이 대거 상승했다. 삼성전자(0.68%) SK하이닉스(0.98%) 포스코(1.99%) LG화학(1.37%)이 강세를 보였다.
글로벌 변수들도 불확실성을 줄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회성에 그친 포르투갈 금융 불안을 끝으로 중국 2분기 경제성장률은 7.5%로 목표치를 달성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또 한 번 경기 부양 의지를 강조하며 유럽 증시를 견인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조기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활발하지만 기존과 달라진 게 없어 여전히 미국 증시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위원은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어디까지나 경기 회복을 염두에 둔 원론적인 것으로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였다"고 강조했다.
원화 강세 약화로 출발한 긍정적인 흐름이 외국인 수급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달 들어 대만보다 한국 증시에 더 많은 외국인 자금이 몰린 것은 더욱 긍정적이다. 비싸진 대만 증시 대신 환율과 실적 개선 기대치가 커진 한국 증시를 선호하게 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외국인 누적 순매수액은 한국이 16억5600만달러로 대만(6억1900만달러)의 2배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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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기자 / 손동우 기자 /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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