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7월 15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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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A급' 회사채 얘기다. 지난해 신용등급 A급 회사채들은 시장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STX와 동양그룹 기업어음(CP)사태 등으로 기관투자자들이 AA급 이상 초우량 회사채 투자에만 열중하면서 A급 회사채들은 투자자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기관들이 A급 회사채 확보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최근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 금리가 국고채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기관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A급 회사채 청약에 뭉칫돈을 쏟아 붓고 있다.
실제로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를 보면 AA급 이상 회사채보다는 A급 흥행 강도가 높아진 모습이다.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 3사 평균금리)보다 12bp(1bp=0.01%) 낮은 금리에 회사채를 사들이겠다는 수요만 1000억원에 달했다. 민평금리보다 낮은 금리에 사겠다는 수요가 많을 수록 기관이 채권 가격을 높게 평가했다는 뜻이다.
한솔제지는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회사채 발행금액을 1000억원으로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한솔제지 이외에도 최근 시장에 나온 A급 회사채들은 대부분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매각됐다.
신용등급 'A+'인 넥센타이어가 지난달 말 진행한 5년물 5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 기관 청약 자금 4300억원이 몰렸다. 회사채 발행금리는 민평금리 대비 25bp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넥센타이어는 발행 금액을 기존 예정 모집액보다 2배 많은 1000억원으로 늘렸다.
A급인 SKC(A급)도 7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1660억원 규모 기관 청약금을 끌어모았다. 그보다 앞서 LS전선(A+급)이 진행한 10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도 2150억원이 규모 청약금이 몰렸고, 여천NCC가 1000억원을 모집하는 수요예측도 3700억원이 몰려 흥행 기록을 세웠다.
반면 최근 AA급 회사채 쪽 수요예측 흥행 강도는 약해지는 모습이다.
최근 2000억원 회사채를 발행을 시도한 GS EPS는 신용등급 AA급이었지만 수요예측에 1900억원이 들어오는 데 그쳐 일부 미매각(기관투자자에게 팔리지 않고 주간사가 인수한 물량)을 냈다. 'AA-급'이었던 대신에프앤아이(F&I)도 1000억원을 모집하는 데 400억 미매각을 기록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AA급에서 미매각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는 점은 우량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기관들이 A급 회사채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이유는 금리 때문이다. 최근 시중금리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AA급 이상 회사채 발행금리는 3년물의 경우 대부분 2% 후반대를 보이고 있다. 이는 시중은행 정기예금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A급 회사채들도 금리 하락세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3% 이상을 형성하고 있다. 수요예측을 끝내고 발행을 앞둔 한솔제지는 금리가 3.46%를 기록할 전망이다. 넥센타이어는 3.369%, SKC는 3.231%(3년물), 3.714(5년물) 등 수준을 보였다.
초우량 회사채만 뿐만 아니라 A급 회사채들도 시장에서 소화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최근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최근에는 기준금리 인하 전망도 나오고 있어 AA급 이상 회사채 금리는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AA급 이상 회사채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금리를 내리면서 오히려 A급 회사채 투심회복세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연말까지 시중 금리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A급 회사채 쪽에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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