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용평가사의 기업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두드러진다. 위험산업으로 분류되던 건설, 캐피털, 해운, 항운은 물론이거니와 KT 계열사와 포스코 등급까지 하향 조정했다. 2012년 웅진, 2013년 STX와 동양그룹 신용사건 이후 금융감독원이 강도 높은 특별검사에 착수한 것이 계기가 됐다.
올해 들어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기업과 하향 조정된 기업 비율을 의미하는 상하향배율은 0.9배로 그리 낮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신용등급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AA등급 이상 기업 가운데 등급을 내린 기업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AA 이상에서 상하향배율은 8.8배였다. 신용평가사가 규모가 큰 AA 이상 기업에 대해 매우 후한 평가를 해왔다는 의미다. 신용평가사가 채권을 많이 발행하고 규모가 큰 기업에는 약자인 현실을 보여준다.
국내 신용평가사가 매긴 등급 중 A 이상 비중이 77.4%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22.9%보다 3.4배나 높다. 한국과 글로벌 신평사들 간 차이는 바로 권력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평가하지 못하므로 제한된 시장에서 소수 기업에 잘 보여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국내 투자자, 기업, 신용평가사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진 지는 벌써 오래됐다.
신용평가에 대한 수수료가 투자자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신용평가사를 선택하고 수수료를 지급하는 주체가 기업이다 보니 평가사가 투자자보다 기업 눈치를 보고 있다.
힘 없는 신용평가사에 대한 징계만으로 신용등급이 정상화되기는 힘들다. 신용평가사가 투자자 목소리를 고려할 수 있는 균형 잡힌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기업들이 2개 신용평가사에서 복수평가를 받되 한 곳은 순환평가를 받고, 나머지 한 곳만 기업이 선정하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다. 또 신용평가를 받을 때 지급하는 평가수수료 일부를 금융투자협회가 관리하는 '공동기금'으로 조성한 뒤 투자자 평가를 반영해 각 신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칠 것인가.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비판 대상이 되고 국내 투자자 요구도 외면하는 신용평가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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