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B씨는 해외 펀드에 투자했다 '세금 폭탄'을 맞았다. 1억원을 3년 동안 펀드에 넣어 뒀던 B씨는 펀드에서 총 1000만원의 수익을 얻었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까지 포함해 총 2398만원의 세금을 냈다. 번 돈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낸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국내에서 설정된 해외 펀드는 매년 발생한 이익에 대해 한 차례 결산해 세금을 내야 하고, 세금을 낸 후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이미 낸 세금을 돌려주지는 않는 과세체계 때문이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글로벌 투자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지만 복잡한 세금과 더딘 환매가 해외 펀드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세금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해외 펀드 투자에 나섰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금융소득종합과세 염려까지 겹치면서 자산가들도 해외 펀드 투자를 외면하고 있다.
19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럽 증시와 북미 증시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는 올해 들어 18일까지 각각 4.89%와 5.14%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가 1.37% 손실을 낸 것을 감안하면 월등한 수익률이지만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올해 들어 1조1963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 1년간 순유출금액도 4조7937억원에 달한다. 해외 펀드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세금이다. 국내 펀드에 투자할 때는 투자로 번 이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배당소득에는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되지만 배당률 자체가 높지 않기 때문에 세금은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해외 펀드는 투자 대상에 따라 세금 종류와 세율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세금을 내야 하는 시점 등이 각각 다르다.
해외 펀드라도 국내에서 설정된 펀드와 해외에서 설정된 역외 펀드 간에도 세금이 다르다.
국내에서 설정된 해외 펀드는 발생한 이익에 대해 매년 한 차례 결산해 세금을 내야 하지만 해외에서 설정된 역외 펀드는 환매할 때만 세금을 내면 된다. 역외 펀드는 과세 시점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게 유리하다. 1800만원까지 가입 가능한 연금계좌를 통해 해외 펀드에 투자하면 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과세이연 효과를 볼 수 있고, 연금 수령 때 3.3~5.5%의 연금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세금 고민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해외 펀드 과세체계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국내 펀드와 형평성 차이가 너무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현재의 해외 펀드 세제는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려는 국내 투자자들이 다른 나라 투자자들과 균등한 경쟁을 할 수 없게 만든다"며 "100m 달리기를 하는데 20m 뒤에서 출발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에는 해외 펀드 세제가 환율정책으로 활용됐지만 이제는 국내에서 투자 기회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해외 투자를 활발히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환매 신청일과 환매대금 수령일 간 차이를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환매를 청구한 날로부터 2~3영업일에 공고되는 기준가격을 적용해 4영업일에 환매금액을 지급받지만, 해외 펀드는 4~5영업일 기준가격으로 8~9영업일에 환매금액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펀드는 매달 14일까지 환매를 신청하지 않으면 환
민석주 키움증권 금융상품팀장은 "해외 펀드가 수익률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외 펀드 투자를 꺼리는 투자자가 많다"며 "해외 펀드 환매 때 기준가 적용일과 실제 환매일 간 차이를 줄일 수 있도록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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