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이라크 내전이 국제 정세 불안을 증폭시키면서 외국인이 22거래일 만에 '팔자'로 돌아섰지만 그간 꾸준한 매수세 덕분에 한 달에 걸쳐 국내 증시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3조2289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외국인이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를 중심으로 사들인 결과 삼성전자(6734억원 순매수), 현대차(1818억원), 한국전력(1744억원), 포스코(1177억원) 등 한국 대표주로 매수가 몰렸다.
그러나 전 세계 증시가 동반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여전히 박스권도 돌파하지 못한 코스피 내 대장주들은 다른 나라 동종 업체와의 주가 승부에서 쓴맛을 봐야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기전자(IT)와 자동차, 철강, 정유, 은행, 유틸리티 등 업종별 국내외 일류 기업의 최근 25거래일간 주가수익률 가운데 한국 기업 성과가 가장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IT 업종에서는 미국 애플과 구글 주가가 각각 10.8%와 5.4% 상승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1.8% 오르는 데 그쳤다. 자동차 업종에서도 일본 도요타가 6.6% 상승하고 독일 폭스바겐도 2.4% 올랐지만, 환율 직격탄을 맞은 현대차는 2% 하락했다. 철강 업종도 포스코를 제치고 업계 1위를 탈환한 일본 니폰스틸앤드스미모토메탈의 주가가 13.9% 오른 반면, 포스코는 중국 바오산철강 수익률(-1.3%)에도 못 미치며 5%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한국 개별 '종목'에 큰 관심이 없고 신흥국 펀드를 통해 한국 '시장'에 투자했던 만큼 종목 자체의 매력이 돋보이는 외국 기업과 수익률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종목을 매수하기 위해 코스피에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일본 업체가 부진한 틈을 타 비상했던 국내 기업들이 성장 정체기에 들어서면서 주가가 제자리걸음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수출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불안도 주가를 짓눌렀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환율이 현대차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실적 불확실성까지 키우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 등 주가에 긍정적인 이슈도 있지만 실적 개선 없이 신고가에 근접한 미국 등 경쟁사 수익률을 웃돌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원재료 100% 수입에 의존하는 철강의 경우 원화 가치가 오르면 유리한 '원고 수혜' 업종이지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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