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6월 11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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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서발전은 지난 3일 3년물과 5년물 각각 1100억원과 9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했다. 최종 발행금리는 3년물 2.885%, 5년물 3.134로 최종 결정됐다. 3년물은 발행 당일 국고채 금리 2.84%(3년물)와 금리 차이가 0.045%포인트(4.5bp)수준으로 거의 국고채 수준에서 발행됐다. 5년물은 지난 1월말 발행금리(3.4%)보다 0.266%포인트(26.6bp)낮았다.
#같은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행한 1000억원 규모 10년만기 채권(토지주택채권)은 발행금리 3.48%에 팔렸다. 앞서 지난해 초 같은 규모로 발행한 토지주택채권 발행금리(3.72%)와 비교하면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 폭이 컸다. 같은 만기로 지난 1월 13일과 지난해 12월 6일 발행됐던 토지주택채권 금리는 각각 3.88%와 3.97%였다. 10년물 발행 금리가 6개월 사이 0.5%포인트(50bp)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최근 공기업 채권이 국고채권 금리에 육박하는 '초저금리' 수준에서 발행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가 지난달 발행한 3년물 회사채 평균금리는 3%를 보였다. 역시 지난 2월 3년물 평균금리(3.105%)와 비교하면 하락 폭이 크다. 정책금융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 등도 회사채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공기업들은 연초보다 큰 폭으로 낮아진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동서발전을 포함해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한국전력 계열 발전사 금리는 올해 들어 줄곧 하락세다. 전반적인 시장금리 수준이 하락세를 보인 영향도 있지만, 최근 기관투자자 투자수요가 우량 채권쪽으로 쏠리면서 금리 하락세가 상대적으로 컸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처럼 공기업 회사채 발행금리가 국고채 수준까지 하락한 이유는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에 비해 기관투자자들 수요가 넘치고 있어서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는 공사채는 물론 우량 기업들 회사채 발행이 뜸해지면서 회사채 '품귀현상'이 발생한 상태다. 공기업 채권은 나올 때마다 기관투자자 '러브콜'을 받으면서 고가(금리 하락)에 팔리고 있다.
공사채 공급물량이 급감한 이유는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추진 중인 '공기업 부채관리' 방침 영향이 크다. 지난해 정부는 공기업 부채가 과도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단계적으로 전반적인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공기업이 발행하는 채권 공급량이 줄면서 금리가 급락했다. 공사채 물량 감소로 기관투자자들이 대체 수단으로 대기업 회사채와 일부 A등급 회사채로 눈을 돌리면서 대기업 계열 우량채들도 금리가 하락하는 등 수혜를 봤다.
최근에는 기관투자자들이 장기물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10년물 이상 장기 채권도 낮은 금리로 발행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진행하는 공기업 부채 관리 대상에 포함돼 재무구조를 관리해야 하는 공기업들은 낮은 비용으로 장기 자금을 끌어다 쓸 수 있게 되면서 쾌재를 부르고 있다. 값싸고 기간이 긴 자금을 저리에 조달하면서 '부채의 질'을 높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고 있다.
실제로 공기업들은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최근에는 10년물 이상 장기 채권을 경쟁적으로 찍는 모습이다. 한국남부발전이 지난 3월 900억원 규모 20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시도해 3.918% 금리로 발행했다. 뒤이어 한국수력원자력도 4월 25일 1000억원 규모 20년만기 회사채를 3.89%로 조달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공기업 부채감축 영향으로 공기업들은 재무구조 관리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지만 한편으로는 염가로 질 높은 장기 자금을 흡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측면이 있어 공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나쁘지만은 않은 환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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