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 뉴스가 새삼스럽지 않은 증권업은 물론이고 고객 기반이 확고한 대형 은행과 보험사들도 구조적인 수준의 고용 축소가 시작됐거나 곧 시작된다고 하니 업계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몸이 움츠러드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프리미엄을 지불하고서라도 증권사, 운용사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던 것을 생각하면 경영자 입장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새삼 고민을 하게 된다.
업황 침체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고객이 투자금융업을 믿지 못하는 신뢰의 부재를 첫째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증권시장에는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다. 1989년에는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돌파하면서 주식투자가 국민 재테크의 꽃으로 각광을 받았고, 1999년에는 온라인투자와 함께 IT산업이 개화하면서 코스닥이라는 새로운 무대가 열렸으며, 2005년에는 적립식 펀드라는 새로운 투자패턴이 저금리시대 대안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여러 번의 기회는 모두 사막의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것처럼 사라졌고 그 끝은 언제나 비슷했다. 시장이 뜨거워지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고객은 스스로 찾아왔고, 업계는 찾아온 고객에게 정말 장기적으로 필요한 전략이 무엇인지 대안을 고민하기보다는 당장 팔기 쉬운 상품, 즉 인기가 최고인 상품만을 권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상품의 인기가 시들면서 손실이 발생하면 고객은 떠났고, 그렇게 떠난 고객(금융소비자)이 투자금융업을 신뢰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즉 필자를 포함한 업계 종사자들이 고객의 입장에서 중요시해야 하는 원칙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던 것이 작금의 신뢰의 위기로 고스란히 돌아온 것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수십 년간 투자업계에 몸담아 온 필자 역시 고객의 입장에 충실하지 못했던 기억이 적지 않다. 단기 변동성이 심한 국내 금융시장에서 욕심과 두려움에 흔들리는 고객을 시장 전문가 입장에서 도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보다는 오히려 당장의 안이한 평가와 무책임에 같이 휩쓸린 기억이 셀 수 없을 정도다.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으나 곧 고객은 반드시 국내 투자금융업에 다시 기회를 줄 것으로 확신한다. 구조적인 저금리, 부동산시장 침체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소리 없이 시중 부동자금의 이동을 유발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고
[박래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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