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역외시장에서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값은 오후 2시 45분께 1019.95원까지 오르며 국내 외환당국 저지선이었던 1020원 선이 무너졌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자금 흐름은 유럽에서 미국 등 여타 선진국과 신흥국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로도 돈이 밀려오면서 향후 원화값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ECB 금리 인하 후 국내에서도 오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기준금리 인하 논쟁이 재연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ECB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계기로 국내 경기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1분기 경기 부진에 이어 세월호 사태로 향후 내수 부진이 예상되고 물가가 1년 이상 1%대를 기록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정부는 물가가 1%대에 머무르는 요인 중 50% 이상이 소비와 투자 등 경제에 수요가 부진해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 재정 여건이 악화됐고 국회 통과 등 정책 시행 시차를 감안할 때 재정정책보다 통화정책이 훨씬 유용한 수단이지만 국내 통화정책은 실종됐다는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저성장ㆍ저물가가 고착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내수 진작을 위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유럽과 한국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유럽 지역 물가상승률은 0.5%로 한국(1.7%)과는 차이가 크고, 물가가 낮은 점도 유럽 지역은 소비 투자 등 수요 요인이 큰 반면 한국은 농산물 가격 안정 등 공급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한은은 우리나라 물가가 낮은 원인으로 70% 정도가 공급 측 요인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어 기재부나 KDI와 상반된다. 한국은 또 물가가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섣불리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는 없다는 게 한은 측 주장이다.
특히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달 '정책금리는 인하보다는 인상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수차례 한 바 있어 금리를 내리기가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를 놓고 보면 유럽 지역과 한국 경제 상황은 흐름이 다르다"
반면 기재부 관계자는 "정책금리 외에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와 한도 조정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이 있다"며 "한은이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영우 기자 / 최승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