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삼성에버랜드의 전격적인 상장(IPO) 계획 발표로 지난달 8일 삼성SDS 상장 공식화 이후 줄곧 이어진 삼성그룹주의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에버랜드가 이사회를 열어 상장 계획을 확정한 3일 삼성그룹 17개 상장사 가운데 6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상승했다. 삼성카드가 4.82%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삼성물산 4.66%, 삼성생명 3.94%, 삼성전자도 1.03% 올랐다.
시야를 넓혀 지난달 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주가 움직임을 보면 삼성SDS가 47.2% 지분을 가진 코스닥 상장사 크레듀 주가는 무려 40.1%나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도 21.3%, 삼성엔지니어링은 11.7%, 삼성전자도 9.4%나 상승했다.
삼성 지배구조 개편은 한국 증시를 쥐락펴락하는 모양새다.
매일경제신문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지난달 8일부터 지난 2일까지 시가총액 변화를 분석해 본 결과, 삼성 계열사 17곳의 시가총액 증가액은 총 18조9000억원이었다. 코스피ㆍ코스닥 상장사 1732곳의 시가총액 증가액 30조5000억원의 약 62%에 해당했다. 현재 삼성그룹 상장사들 시가총액이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8%인 것을 감안하면 지난 한 달은 '삼성에 의한 증시'였던 셈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삼성그룹주 지배구조 이슈로 인한 주가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계열사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보유 지분 가치가 부각되리란 전망 때문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삼성 지배구조 관련 공시는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생명이 삼성카드ㆍ삼성화재 지분을 모으고, 전자 계열사들이 삼성생명 지분을 파는 등 전자ㆍ금융 분리작업에 속도를 내왔기 때문에 관련 공시가 먼저 나올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생명이 가진 호텔신라(7.3%)ㆍ삼성중공업(3.4%) 지분과 삼성카드가 보유한 호텔신라(1.3%)ㆍ제일기획(3.0%)ㆍ에스원(1.9%) 지분을 정리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 삼성물산이 향후 제일모직이 가진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13.1%도 추가적으로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삼성에버랜드 상장 이후 오너 일가가 절대적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전자 지분 4.1%를 들고 있는 삼성물산과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가장 유망한 종목으로는 단연 삼성전자가 꼽힌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성향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자기자본이 줄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자사주는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삼성전자홀딩스(가칭)로 귀속되기 때문에 삼성전자홀딩스가 삼성전자사업회사를 지배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11.1%의 자사주를 가지고 있는데 경영권 안정을 위해 추가로 자사주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것.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현금성 자산은 35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 삼성물산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4.1%), 삼성SDS(17.1%), 삼성에버랜드(1.5%), 삼성엔지니어링(7.8%) 등 보유 지분 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삼성에버랜드+삼성물산' 합병 시나리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 주가가 낮아야지만 삼성에버랜드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오너가에 유리한 구조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삼성물산 주가는 약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조시영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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