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은 8일 올해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황 악화로 인해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임금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삼성증권은 또 현재 시행 중인 성과차등제를 강화해 하위 등급 인력에 대해서는 급여 삭감 폭을 확대하기로 했다.
고객 수익률 등 성과지표가 지속적으로 최하위에 해당하면 연봉의 10%를 깎던 것을 최대 30%까지 감축할 수 있게 된다.
외부에서는 해당 조치가 직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자칫 구조조정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도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증권이 이날 다른 증권사들에 앞서 올해 임금 동결 등을 선언한 것은 당장 수익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4~12월) 영업이익 387억원, 당기순이익 240억원을 기록했다. 회계기준연도 변경으로 4개월이 줄어든 점을 감안해도 전년(2012년 4월~2013년 3월) 2375억원, 1807억원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직원 일부를 그룹 계열사로 배치하고 점포 축소도 단행했지만 올해도 사정이 나빠 일단 임금부터 동결하기로 했다"며 "추가적인 점포 축소와 희망퇴직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신 삼성증권은 오는 2016년부터 정년을 만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한 뒤 56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해마다 10%씩 임금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임금 동결에 그치지 않고 삭감에 나선 증권사도 있다. 매물리스트에 올라 있는 리딩투자증권은 지난달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임금의 30%를 줄였다. 지난해 임금을 동결한 KDB대우증권은 5~6월께 올해 임금협상을 앞두고 있지만 임금인상은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10여 년 만에 292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동양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각각 650명, 300명을 희망퇴직시킨 데 이어 올해도 일부 증권사는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중소형사인 부국증권은 지난달 중순 5년 이상 정규 직원 가운데 총 47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점포도 올해 들어 4개를 줄였다. 부국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적자를 내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사정이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증권사들이 쓰는 가장 보편적인 긴축 카드는 점포 축소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9월 말 점포 수는 107개였지만 올해 7개가 줄어 3월 말 현재 100개에 그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도 지난해부터 지점 통폐합이 계속되고 있다. 2012년과 2013년에 10개씩을 줄인 데 이어 올해도 벌써 5개가 축소돼 현재는 78개다. 다음달에 지점 한 곳이 더 폐쇄될 예정이다. 대신증권도 지난해에만 8개 점포를 줄였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거리가 가까운 점포들을 통폐합하고 있다"며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소문은 나돌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올해도 증권사 매각 등 전체 구조 개편과 함께 각사 내부 긴축 조정이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62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2조2655억원, 2012년 1조2408억원으로 반 토막이 난 뒤 지난해에는 1098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김병호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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