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3월 28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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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死)월 취약업종 회사채 대란이 9부능선을 넘어가는 모습이다.
건설, 조선, 철강, 해운 등 취약업종 회사들 만기가 4월에 대규모로 몰려 있어 회사채 시장에서는 '4월 위기설'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들은 자금조달 수단을 총동원해 위기를 모면하고 있다. 내달 한화건설이 진행하는 차환(만기 회사채를 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해 상환하는 것)이 마무리되면 사실상 4월 위기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28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과 한라건설 GS건설 현대상선 등 취약업종 기업들은 내달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을 위한 대응전략을 마무리했다. 취약업종에 속한 기업 중 내달 만기가 돌아오는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한화건설 한 곳으로 파악된다. 한화건설은 내달 21일 만기 도래하는 2300억원 규모 공모 사채 차환을 위해 내달 초 2000억원에서 2500억원 규모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한다. 이번 한화건설 차환발행이 마무리되면 우려했던 4월 대란은 현실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이후부터 시장에서는 취약업종 회사채 '4월 위기설'이 나돌았다. 올해 4월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물량이 1조2600억원 규모로 월별 기준으로 가장 크다는 점 때문이다.
기업들은 자금조달 전략을 총동원해 수립해 위기에 대응했다. 회사채 발행 성공이 불투명한 A급 이하 기업들은 알토란 같은 내부 현금을 꺼냈다. 롯데건설은 내달 13일 만기 도래하는 3500억원 규모 공모 사채(롯데건설 105회)를 전액 내부 보유 현금으로 갚기로 했다. 롯데건설이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현금성자산과 예금 등 단기금융상품은 6300억원 규모다. 이번 만기 회사채를 상환에 절반 이상 보유 현금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적 악화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GS건설도 내달 4일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를 내부 현금을 꺼내 상환할 예정이다. 앞서 현대산업개발도 3500억원 규모 공모사채를 내부 현금으로 갚았다.
동부건설은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로 사실상 차환이 어려웠지만 고금리를 조건을 달아 리테일 투자자를 겨냥해 회사채를 발행했다.
취약업종에 속해 있지만 우량 대기업에 속한 기업들은 차환발행을 시도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삼성물산과 현대제철이다. 연초 회사채 투자심리가 회복세를 보였던 시점을 놓치지 않고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해 여유롭게 만기를 넘겼다.
회사채 발행이 어렵고 내부 현금도 넉넉지 않은 기업들은 결국 정부 지원을 택했다. 한라건설은 오는 17일 만기 도래하는 1000억원 회사채를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신청해 차환하기로 했다. 최근 일부 신용평가사로부터 회사채 신용등급이 투기등급까지 강등당한 현대상선도 내달 7일 공모사채를 정부 지원금으로 상환한다.
이 밖에도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운 두산건설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선택했고, 한진중공업은 보유 중인 토지를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 기법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IB업계 전문가들은 우려했던 4월 회사채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위기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취약업종 업황이 살아나 기업들이 자체적인 부채 상환 능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특히 회사채 신속인수를 신청한 회사들은 정부 지원이 끊기면 언제라도 채무불이행이 나타날 수 있는 게 현재 상황"이라며 "일부 기업들은 자구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업황 회복에 따른 경영 성과가 회복되지 않으면 더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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