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사 662곳 '슈퍼주총'
전체 상장사의 38%에 해당하는 662개 기업이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연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하지만 대기업 주총에서는 대부분 큰 이견 없이 일사천리로 안건이 통과됐다.
경상남도 김해시 본사에서 진행된 대창단조 주총에서는 스위스계 가치투자기관인 NZ알파인이 제안한 비상근 감사 추가 선임안과 감사 보수한도액 승인건 2개 안건이 통과됐다. 박안식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41.49% 지분을 들고 있지만 감사 선임 시 주주당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상법규정 덕을 봤다. NZ알파인(지분율 0.96%) 측에는 국민연금(1.34%)과 국내 기관투자가인 페트라투자자문(7.8%)도 힘을 보탰다. 이날 감사로 선임된 NZ알파인의 대리인 조성민 A&G파트너스 부사장은 "소액주주의 승리"라며 "지배구조가 복잡하고 계열사 간 거래의 투명성 등이 확보되지 못했는데 주주친화적 감사를 통해 견제하면서 주주 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NZ알파인이 제안한 계열사 인수ㆍ합병, 액면분할건 등 다른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오너인 박안식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건 등은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회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외부인사를 감사로 두게 된 박 회장은 "이번 감사 신규 선임이 일부에서 우려하는 투명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며 회사 재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토지신탁 주총에서는 지난해 말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엠케이인베스트먼트(34.77%)와 2대 주주로 밀려난 아이스텀앤트러스트(31.88%)가 각각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한 자리씩을 나눠 가졌다.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아이스텀 측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해 향후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리란 전망이다.
1ㆍ2대 주주 간 표대결이 벌어진 피씨디렉트 주총은 현 경영진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던 스틸투자자문은 서대식 현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을 내쫓고 새 경영진을 앉히려 했다. 하지만 이날 스틸투자자문 측은 의결권이 있는 보유 주식 266만주(38.46%) 가운데 170만주의 의결권이 공시 위반, 시세조종 등 이유로 제한되면서 손발이 묶였다.
이날 오전 SKㆍLGㆍ롯데ㆍ현대중공업ㆍGSㆍ한진ㆍ한화ㆍ효성ㆍ코오롱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한꺼번에 주총을 개최했다. 이날 주총과 동시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최근 실형 선고를 받은 최태원 회장은 SK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 C&C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김승연 회장도 한화, 한화케미칼 등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았다. 횡령ㆍ배임 혐의로 재판 중인 이재현 회장도 임기가 끝나는 CJ E&M과 CJ오쇼핑, CJ CGV 등 3개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하이트진로그룹 오너인 박문덕 회장이 하이트진로와 하이트진로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일신상의 사유로 사퇴했다.
이날 대기
[조시영 기자 / 손동우 기자 / 이새봄 기자 / 권한울 기자 / 정지성 기자 / 김해 =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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