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이사 선임에 반대 의사를 밝힌 효성과 두산중공업 등은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조석래 회장 관련)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경영 활동에는 문제가 없으며, 국민연금에 회사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도 "두산건설 증자는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면서도 "다음주 중에 국민연금을 찾아가 다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업체들은 더 적극적인 방어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다.
외부감사 선임 등을 놓고 외국계 사모펀드인 SC펀더멘털과 갈등을 빚고 있는 KTcs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 최대 주총 안건 분석회사인 ISS가 감사위원회 설치 등 주총 안건과 관련한 회사 측 입장에 모두 찬성한다는 보고서를 냈다"고 밝혔다.
한 재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그동안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게 자산을 운용하다가 관리 강화를 선언한 거라 생각한다"며 "주주 요구가 들어간 업체들의 사례를 보고 대응책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연기금과 기관투자가들은 주총에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합종연횡하며 기업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예를 들면 스위스계 기관투자가 NZ알파인은 대창단조가 복잡한 계열사 지배구조 탓에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를 못 받고 있다며 지배구조 단순화와 액면분할을 요구했다. 대창단조는 오는 21일 열리는 주총의 안건으로 계열사 인수 또는 합병 추진, 액면분할 관련 정관 변경, 감사 추가 선임 안건 등을 상정했다. NZ알파인의 지분은 0.96%(1만9130주)에 불과하지만 스털링그레이스인터내셔널, 노르웨이 국부펀드(4.8%), 국내 페트라투자자문(7.8%) 등 다른 기관투자가들과 관련 안건에 함께 찬성표를 던지기로 뜻을 모은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 룰' 등 주주에게 유리한 정책이 계속 마련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예상에 힘을 보탠다.
3% 룰이란 감사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것을 말한다. 대주주가 높은 지분에 의존해 이사 선임ㆍ감사 선임에서 전횡을 저지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이다.
■ 신일산업ㆍ피씨디렉트… 소액주주도 표 대결 불사
낮은 지분 탓에 기업 경영에서 구경꾼 취급을 받았던 소액주주들이 힘을 모으는 모습도 요즘 들어 부쩍 늘고 있다. 이들이 우호세력을 결집해 표 대결까지 불사한다는 자세를 보이면서 주총 시즌을 맞아 '쑤셔놓은 벌집'이 된 상장사를 찾는 게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선풍기 제조업체 신일산업은 개인투자자 황귀남 씨 등이 지난달 지분 11.27%를 확보하며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황씨는 오는 28일 열리는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는 서류를 공시했다. 주총에서 신규 이사진 선임 및 정관 변경 안건을 관철시키기 위해 세력 모으기에 나선 것이다.
컴퓨터 및 주변장치 도매업체 피씨디렉트도 21일 주총에서 스틸투자자문과 경영권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스틸투자자문은 공태현 스틸
[손동우 기자 /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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