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에 수익 기회를 찾는 투자자금이 공모 CB에 쏠리는 모습이다. 높은 금리에 주가 상승 시 시세 차익까지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CB는 최근 청약에서 수조 원대 뭉칫돈이 몰리는 등 재테크시장에서 '귀한 몸' 대접을 받고 있다. CB는 투자자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특정 가격(전환 가격)에 회사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투자자들은 채권에서 나오는 이자는 물론 해당 기업 주가가 오르면 전환권을 행사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전환권을 포기하고 회사채를 상환받으면 되기 때문에 원금이 보장된다.
7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전일 진행한 200억원 규모 한솔홈데코 CB 청약에 개인투자자를 포함한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자금 1조3285억원이 몰렸다. 전체 투자자금 중 절반 이상인 7900억원은 개인투자자 청약금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 증권사 등이 나머지 5300억원을 청약했다. 이번에 한솔홈데코가 발행한 CB 만기 수익률은 7.87%로 주가가 1635원 이상으로 상승하면 투자자들은 주식 전환을 신청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CB 등 주식 관련 사채 청약대금으로 1조원 이상 자금이 몰린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시장 평가다. 주식투자보다는 안정적이면서도 일반 채권보다는 높은 기대 수익을 원하는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LG이노텍이 발행한 공모 CB는 3000억원을 모집하는데 투자자금 4300억원이 몰리며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신용등급이 투자등급(BBB) 이상이면서 '전환가격 조정(리픽싱) 비율'이 유리한 CB일수록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CB를 발행한 기업은 주가가 하락할 경우 전환 가격을 낮춰 투자자 이익을 보전해주는 조건을 붙이는데, 이를 리픽싱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주식 전환 가격이 1만원일 때 리픽싱 비율이 70%라면 주가 하락 시 전환가격은 7000원까지 낮아질 수 있다. 전환가격이 떨어지는 폭이 클수록 투자자들의 수익 기회도 커진다. 한솔홈데코의 리픽싱 비율은 70%였다. 발행 시점 이후보다 주가가 3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과거 투자자들은 CB 등 주식 관련 사채에 투자할 때 발행 기업 인지도나 증권사 추천에 의존해 투자 결정을 내린 반면 최근에는 복잡한 금융상품 수익구조를 이해하는 '스마트 투자자'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CB 발행을 검토하거나 준비 중인
[김혜순 기자 /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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