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 및 맥주 제조업'을 사업목적에 새로 추가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마트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52.11%를 보유한 신세계푸드는 맥주사업 검토가 알려지지 않았었다. 이 때문에 유통 대기업 계열사의 잇단 맥주사업 진출로 시장에서 화제가 됐다.
최근 관련 규제가 풀리고 다양한 브랜드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자 실적 악화로 고심해온 신세계푸드가 새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매출액은 변동이 없었고 영업이익은 226억원으로 전년보다 33.9% 급감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맥주사업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일단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검토하기 위해 정관을 변경하기로 했다"면서 "회사 모태가 급식이지만 종합식품기업 도약을 위해 여러 가지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와 더불어 국내 유통 대기업인 롯데쇼핑도 식품수집ㆍ저장ㆍ보존ㆍ배송ㆍ포장업과 창고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한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대형마트 계열사 롯데마트 신선식품 유통센터 건립을 위해서다. 이를 통해 유통구조가 4~5단계에서 2단계로 줄어들어 10~20%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기존에 비슷한 시설을 운영하던 이마트와 품질 경쟁에 나서는 차원도 있다. 지난해 롯데마트 영업이익은 550억원으로 전년보다 30.6% 큰 폭으로 줄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내수경기가 부진에 빠지면서 국내 상장 유통사들이 잇따라 사업목적 추가에 나섰다. 3월에 있을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신규 사업 의지를 알리고 정관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갤러리아백화점을 운영하는 한화타임월드 역시 면세점 사업 진출을 주주총회 정관 개정 안건으로 올렸다. 4월 20일부터 제주공항 출국장 면세점을 운용하는 데 대비하는 목적이 있다.
지난해 '밀어내기' 파문으로 내홍을 겪으며 영업손실 174억원에 적자 전환한 남양유업 역시 커피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관련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지난해 말 2000억원을 들인 나주 커피 전용 공장이 완공됐다"면서 "사업 매진 차원에서 목적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설탕 제조업에서 화학 분야로 변신을 꾀한 삼양사도 보관 창고업을 추가했다.
닭고기 제조로 유명한 하림은 지난해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공공부문 급식업에 적극 진출하기로 했다.
최근 가격 인상으로 주가가 급등한 제과기업 삼립식품 역시 신규 분야인 신재생에너지 등 환경 관련 사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삼립식품 측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내수 중심 유통주들이 이 같은 '변신'에 나선 것은 내수 부진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기존 사업만으로는 실적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사업목적 추가를 위해 정관을 개정하더라도 당장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변신 없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이라는 게 업체들 설명이다.
지난해 소비지표는 신용카드 대란이 있은 2003년 이후 가장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처분소득 중 소비지출 비율을 나타내는 평균 소비성향은 73.4%로 통계청이 가계동향 통계를 전국으로 개편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해 신용ㆍ체크카드 하루 평균 이용금액 연간 증가율은 4.8%로 2004년(-5.7%) 이후 최저치였다. 올해도 전망은 밝지 않다. 한국은행은 2014년 민간소비 증가율이 3.4%로 경제성장률 3.8%보다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정부도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에서 내수 역할이 계속 거론되는 건 경기 침체 원인이 소비 부족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최근 2년간 건설공사ㆍ기계류 발주 금액이 음식료 제조업 등에서 의외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정부 지원을 기대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윤재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