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2월 25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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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지는 불황에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호텔들을 매각하고 있다. 투입 비용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호텔들이 우선 처분 대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사겠다고 나서는 원매자들은 없어 매각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온 호텔은 GS그룹의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ㆍ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AIG그룹의 콘래드 서울, 현대그룹의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삼부토건의 르네상스호텔, 대우건설의 쉐라톤 인천 등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5성급 호텔들이 줄줄이 매각 대상이 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호텔 매물은 그야말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인터컨티넨탈과 반얀트리의 경우 이제 매각을 시작한 단계라 흥행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콘래드와 르네상스, 쉐라톤 인천 등은 매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우선 지난해 하반기 매각을 시작한 콘래드 호텔의 경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CXC캐피탈이 인수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매각 계약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CXC캐피탈은 지난해 9월 콘래드호텔 운영 주체인 미국 AIG그룹과 4000억원 규모 인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5개월이 지나도록 최종 본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부토건도 지난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르네상스 서울 호텔 매각을 시작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이지스자산운용을 선정했다. 하지만 이지스가 지난해 11월로 예정된 본계약 일정을 지키지 않고 뚜렷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아 사실상 협상이 결렬된 상태다.대우건설의 쉐라톤 인천 호텔 매각은 아예 잠정 보류됐다. 지난해 7월 본입찰을 실시했지만 원매자들이 제시한 가격이 매각측의 기대보다 낮은데다 유력한 인수후보였던 곳은 쉐라톤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등 매각측이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들을 해오면서 거래가무산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적극적인 원매자가 나타난다면 얼마든지 매각을 실시할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 두고 보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과거에는 '인기' 매물이었던 특급호텔들이 찬밥 신세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경기 불황 여파로 대기업들의 호텔 수요가 사라지다시피 했다는 점이 크다. 또 웬만한 대기업들이 이미 5성급 호텔을 하나씩은 갖고 있다는 점도 대기업들의 호텔 수요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특급호텔의 상징성과 빠른 현금회전율 등을 이유로 기업들이 앞다퉈 인수했지만, 지금은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사업을 매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호텔들의 매각 규모가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대로 매우 크다는 점도 매각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르네상스 호텔은 1조1000억원,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1조원, 콘래드 호텔은 4000억원, 반얀트리 호텔은 2000억원 정도가 예상 매각 가격이다. 요즘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수익성도 높지 않은 호텔을 매입하려는 원매자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부동산 개발 업계 관계자는 "몇백억원대 중저가 비즈니스 호텔에 대한 수요는 적지 않은 편이지만 5성급 호텔에 대해서는 시장의 관심이 많지 않다"며 "시장 예상보다 훨씬 싸게 나오는 경우가 아니라면 매각 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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