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2월 20일(15:17)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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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시장에 1년 7개월만에 등장한 현대중공업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대규모 흥행 기록 세웠다.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시중 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현대중공업 회사채에 대한 시장 수요가 확인되면서 경쟁 조선회사들도 줄줄이 공모채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20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전일 현대중공업이 진행한 5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기관투자자 청약 자금 1조2600억원이 몰렸다. 3년 물 2000억원 모집에 5200억원, 5년물 3000억원 모집에 총 7400억원이 유효수요 내에서 투자 의사를 밝혔다.
이번 회사채 발행은 우리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대표 주관회사를 맡아 진행했다. 하이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현대중공업은 수요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6일 회사채를 최종 발행한다.
현대중공업은 회사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다음달 만기 도래하는 기업어음(CP)를 상환하는데 쓸 예정이다.
이번에 현대중공업이 진행하는 회사채 발행 규모와 수요예측 규모는 올해 들어 가장 크다. 앞서 LG전자도 5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긴 했지만, 수요예측은 3000억원 규모였다. 지난해 이후부터 진행됐던 회사채 수요예측 규모로 봐도 이번 현대중공업 건이 가장 크다.
통상 3000억원 이상 대규모로 진행되는 회사채는 대규모 흥행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발행에 성공하더라도 기관 청약금액이 모집 예정금액을 소폭 웃도는 정도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조선업계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중공업 회사채 수요예측이 흥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근 AA급 우량 회사채 '품귀현상'이 작용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회사채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투자를 미뤘던 기관투자자들이 우량 회사채 위주로 투자를 재개하고 있는데, 최근 공기업 회사채(공사채) 발행량이 줄면서 AA급 이상 우량채는 물량이 급감했다.
이번에 현대중공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는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AA+'급을 받았다.
현대중공업 회사채에 대한 시장 수요가 확인되면서 경쟁관계에 있는 조선사들도 회사채 발행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전망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과 지난해 이후 회사채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삼성중공업 등 우량 신용등급을 갖춘 조선회사들이 선박건조 등 운영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공사채 발행이 축소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우량 A급과 AA급에 몰리는데 상반기까지 이런 현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우량 신용등급을 갖춘 기업들 자금조달 여건은 긍정적이다"라며 "회사채 시장에서 숨고르기를 했던 조선사들이 올해부터는 본격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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