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7주 연속 글로벌 IT펀드로의 투자자금이 유입됐으며 자금 유입 속도는 시간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전 세계 IT기업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시가총액 중 IT 비중이 높은 한국과 대만 증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펀드 중 하나다. 전 세계 IT업종 주가지수를 의미하는 MSCI테크놀로지인덱스도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초 외국인 매도로 한국 증시가 약세를 보였지만 최근 글로벌 IT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 향후 주식시장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대상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주부터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IT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회복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며 "글로벌 IT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국내 IT주식 매수 및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은 다소 꺾였지만 매 분기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있는 이상 주가수익비율(PERㆍ올해 예상 수익 기준) 7배 수준까지 저평가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 경쟁사 애플이 12배, 반도체 경쟁사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10배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 반등이 본격화될 시기로 전문가들은 갤럭시S5 출시 효과가 반영되는 2분기를 꼽았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는 비수기 진입에 따른 실적 모멘텀 둔화, 신흥시장 경기 변동, 엔화 약세 염려 등으로 단기 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2분기부터 갤럭시S5를 필두로 한 신제품 출시와 IT 수요 회복, 3차원 수직구조 낸드(V-NAND) 기술 도입에 따른 시장 선점 효과로 주가가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부진은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실적 관련 불확실성이 크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며 "외국인들도 신제품 판매 증가 등으로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확신이 높아졌을 때 주식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지분율로만 보면 이미 바닥을 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은 주가가 150만원에 육박했던 작년 12월 초 49.86%에서 지난 6일 49.54%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49.7%대로 올라섰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은 2012년 8월 말부터 지난해 3월까지 50%를 넘었다.
한편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스마트폰 부품주 일부는 갤럭시S5 신제품 기대 효과가 이미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부품업종 지수는 최근 한 달 새 5% 이상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갤럭시S5 출시로 어떤 업체가 수혜를 볼지 추정이 난무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로만 보면 방수 케이스를 납품할 것으로 보이는 유아이엘의 상승폭이 가장 높은 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갤럭시S3나 갤럭시S4 때와 같은 부품주 '상승랠리'가 재현될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곽찬 신영증권 연구원은 "휴대폰 부품업체들의 향후 1~2개월 주가 흐름은 양호할 것으로 보이지만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과 하드웨어 혁신에 대한 소비자 기대가 낮아져 주가 상승폭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
특히 부품주의 경우 아직 갤럭시S5의 정확한 내부 사양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지문인식센서 기술을 보유한 크루셜텍의 경우 지난달 갤럭시S5 납품 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상승했지만 지난 6일 삼성전자가 관련 모듈을 자체 생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13%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다.
[조시영 기자 / 김혜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