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는 새해 들어 한 달 만에 예상치를 변경한 것을 두고 증권사들의 예측능력 수준을 나타내는 것이라면서 시황 변화에 너무 민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3일 2014년 코스피지수 예상 밴드(범위)를 기존 1800~2320에서 1800~2200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25.4% 늘어난 116조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금 상황에서 25% 이상의 이익 성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금융시장 불안과 남미 신흥국 위기, 미국의 테이퍼링 부작용 등 여러 우려가 겹치고 있다는 점도 예상 밴드를 조정한 이유로 꼽았다.
한국투자증권도 5일 연말 코스피 전망치를 2250에서 2150으로 100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올해 상장사 영업이익 전망치를 95조원에서 90조원으로 낮춰잡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자 증권사들이 올해 연간 추정치를 크게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경기 회복과 실적 전망 측면을 고려할 때 소재ㆍ산업재보다는 소비재 업종이 낫다"며 "지금처럼 시장이 불안할 때는 경기 영향을 덜 타는 유틸리티 업종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한 여러 증권사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경기민감재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코스피 예상 밴드를 1900~2330으로 잡았던 유진투자증권도 이미 코스피지수가 밴드 하단을 벗어난 만큼 밴드 하단을 수정해서 다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 1월 말 이미 한 차례 밴드 하단을 1980에서 1900으로 하향 조정했다. 코스피지수가 1900선마저 무너졌지만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아직 예상했던 범위 안에 코스피지수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밴드 범위가 540포인트로 증권사 중 가장 넓다. 우리투자증권이 제시한 밴드 범위는 1880부터 2420이다. 이에 대해 우리투자증권은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하고, 올해는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 3%대 후반의 성장률을 회복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전망치가 잘못되거나 사후에 수정하는 일이 빈번하게 나타나다 보니 투자자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가 종목 실적을 과대 추정해서 목표가를 높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높게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리서치센터장은 "외국도 지수 전망치를 발표하고 있지만, 국내 리서치센터처럼 장밋빛 일색의 전망치를 내놓지는 않는다"며 "증권사들의 희망이 반영된 전망치를 내놓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예전만큼 증권사의 지수 전망치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전무는 "시장 분석을 맡고 있는 애널리스트들은 직분상 어쩔 수 없이 코스피 예상 밴드를 내놓고 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칠
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47포인트(0.24%) 오른 1891.32를 기록해 전날 급락세가 진정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1.23% 오르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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