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계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빠른 속도로 유출되면서 외국인 매도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발 신흥국 위기가 불거진 지난달 24일 이후 지난 3일까지 5거래일간 미국계 자금은 국내 증시에서 1조1500억원(결제기준)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1조2900억원 순매도했기 때문에 미국계 자금이 전체 외국인 순매도 규모에서 90%가량 차지하는 셈이다. 이 기간 유럽계는 주식을 7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특히 미국계 자금은 올해 초부터 지난달 23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7500억원어치 순매수한 뒤 24일 이후 급격한 유출로 전환됐다. 테이퍼링으로 인한 신흥국 위기가 가시화한 시점을 전후해 매도세로 전환한 것이다.
미국은 테이퍼링을 주도하는 당사국이며 테이퍼링 확대 발표 이후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는 등 달러화로 자금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계 자금의 급격한 유출은 한국 증시에도 이 같은 상황이 반영됐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당국은 미국 테이퍼링이 한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컸던 셈이다.
일반적으로 미국계 자금은 투기적 성격인 유럽계와 달리 경제 상황 등 펀더멘털에 기반해 투자하는 장기 자금 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테이퍼링으로 인한 신흥국 위기가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
김주형 동양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미국계 자금이 한국을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다른 신흥국들과 동일하게 인식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간다고는 보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신흥국 경기 악화가 한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염려가 최근 미국계 자금 유출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