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없이 자동이체 15개 은행서 100여명 피해

국내 15개 시중은행 계좌에서 신청하지 않은 자동이체가 이행되면서 100명이 넘는 고객 돈이 빠져나갔다.
금융감독원은 29일 새벽 100명이 넘는 고객의 은행 계좌에서 '하나소프트'라는 회사로 자동이체를 통해 각각 1만9800원이 인출됐다고 이날 밝혔다.
이들 고객은 계좌이체를 신청하지도 않았는데도 돈이 이체돼 은행과 금융결제원에 신고했다. 하나소프트는 대리운전기사 요청을 연계해주는 앱을 개발한 회사다. 이 회사는 대리기사들에게서 회원비 명목으로 매월 1만9800원씩 받고 있다.
자동이체를 담당하는 금융결제원은 피해자 신고가 많아지면서 이체된 돈을 하나소프트로 전달하지 않고 전액 고객들에게 돌려줬다고 설명했다.
결제원 측은 정확한 피해자 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나 하나소프트 서비스를 사용하는 회원이 6000명 정도이므로 그보다 훨씬 적은 숫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이체가 이뤄지려면 고객정보와 함께 고객 동의도 필요하다. 금융결제원은 그러나 이체가 발생한 경위에 대해 이날 밤까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하나소프트 측에서 잘못 청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은행이나 금융결제원 결제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에 나섰다. 금감원에서는 이번 사건이 최근 카드사 정보 유출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원인을 파악하겠다는 계획이다.
피해자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면 이들은 하나소프트와 직접적인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피해자는 "하나소프트라는 회사 자체를 전혀 알지 못한다"며 "그런데 내 통장에서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갔다는 것을 보니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도 최근 카드 정보 유출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사용자 동의 없이 돈이 빠져나갔다는 사실로 볼 때 해킹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와 비슷한 사건은 과거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어떤 경로로 이런 일이 가능한지 궁금할 뿐"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해당 회사 전산상 실수로 인해 금액이 오청구될 가능성도 있다. 전산적인 실수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 하지만 피해자들이 하나소프트와 직접적인 거래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단순 실수가 원인일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안정훈 기자 / 이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