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15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고 5명의 CEO 후보군을 확정하고 사외이사 6명 전원이 참여하는 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를 구성했다. 5명은 권오준 포스코 기술총괄장(사장ㆍ64),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63), 박한용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63), 오영호 코트라 사장(62), 김진일 포스코켐텍 사장(61) 이다.
언뜻 차기 CEO 자리를 놓고 벌이는 5파전이 포스코에서 잔뼈가 굵은 '포스코맨' 4명과 포스코와 연(緣)이 없는 외부 인사이자 관료 출신인 1명(오영호 사장) 간 경쟁구도로 비쳤다. 하지만 후추위는 이날 오후 5명의 후보군에 대해 전격적으로 면접을 실시하고 2명으로 후보군을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추위는 2명의 후보군에 대해 16일 2차 심층면접을 실시한 뒤 회의를 거쳐 이르면 16일 오후 늦게, 늦어도 17일께 포스코 CEO의 최종 후보 1인을 뽑기로 했다.
후추위로부터 낙점받은 인사는 모두 '포스코맨'으로 전해졌다. 이사회의 한 관계자는 "15일 면접을 실시해 압축한 2명의 후보군에는 외부인사가 없다"면서 "포스코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외부인사보다는 '철'을 아는 전문가가 적합하다는 데 후추위 멤버들이 의견을 같이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일하게 외부인사였던 오영호 코트라 사장은 16일 2차 면접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2명의 후보군과 관련해 다른 이사회 관계자는 "후추위는 무한경쟁 체제로 치닫고 있는 글로벌 철강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최대 덕목이 CEO의 기술에 대한 이해도라고 판단했다"면서 "정통 기술자(엔지니어) 2명이 16일 2차 면접 대상에 포함돼 그 2명에게 면접 일정을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오 사장을 제외한 '포스코맨' 4명 중에서 권오준 포스코 사장과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이 유력하게 부상했다.
또 다른 이사회 관계자도 "권오준 사장과 정동화 부회장 등이 포스코의 기술력 향상에 기여한 공로가 높이 평가됐다"면서 "이들 2명을 최종 후보군에 포함시키자는 데 후추위 멤버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2명의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권 사장은 포스코 내ㆍ외부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통 엔지니어다.
미국 피츠버그대학교에서 금속공학 박사를 취득한 권 사장은 1986년 포스코 산하 기술연구 기관인 리스트에 입사하면서 포스코맨의 길을 걷게 됐다. 리스트에선 강재연구부 열연구실장과 기획부장을 지내며 열연강판 전문가로 통한다. 이후 포스코 기술연구소장과 기술총괄장을 지내면서 포스코가 고급 철강재를 개발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포스코맨 김진일 포스코켐텍 사장과 박한용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도 최종 후보군에서 완전 탈락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진일 사장도 '기술전문가'로서는 권 사장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용산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김 사장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포스코에 입사한 정통 포스코맨이다. 포스코에선 제품기술 담당 전무와 포항제철소 소장, 마케팅 부문 수요개발실ㆍ수주공정실ㆍ제품기술실 담당 임원(전무)을 거쳐 '현장'을 아는 기술자로 통한다. 김 사장은 베트남프로젝트추진반 담당 임원(전무)을 맡아 베트남 등 포스코의 해외시장 개척에도 힘을 보탰다. 포스데이타와 엔지니어링 회사인 포스콘 합병으로 포스코ICT가 출범하자 초대 포스코ICT 사장을 지냈다.
박한용 이사장은 고려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포스코에 입사했다. 포스코 입사 직후에는 열연수출1과장, 열연판매실장 등 열연강판 분야의 영업맨으로 맹활약했다. 포스코의
한편 후추위가 추천한 최종 후보 1명에 대해 포스코는 29일 정기이사회를 열어 의결하고 이 후보의 CEO 선임 안건이 오는 3월 14일 주주총회을 통과하면 이사회는 최종 후보를 차기 CEO로 선임할 예정이다.
[홍종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