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에 사상 최고치로 마무리했다는 소식도 무용지물이었다. 역사적으로 1년 중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르는 달이 1월이라고 해서 '1월효과'를 외쳤던 전문가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한 해 첫날 주가폭락을 야기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엔화 약세와 함께 지난해 4분기 기업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꼽힌다. 이 시점에서 엔저와 실적이라는 두 가지 변수가 앞으로 국내 증시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주가를 움직이는 근본적인 변수다.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외부여건이 좋아도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좋지 않다면 주가가 오르길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전자와 자동차 주 등 국내 대표주들에 대한 안팎의 부정적인 전망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악화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올 1분기로 이어지고, 다른 주력업종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가정이 맞다면 어떻게 될까.
엔저 현상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행하게 되면 달러 강세는 필연적이다. 엔화 약세가 국내 증시에 지속적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엔저는 시장에 줄곧 노출돼 왔던 '변수'였다. 모두 다 아는 얘긴데도 새삼스레 새해 첫날부터 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변수로 작용한 근저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올 한 해 역시 엔저의 그림자가 시장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염려되는 대목이다.
과거 14년간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장일 지수 등락률이 연간 등락률 방향성과 거의 일치했다는 점도 지금 상황에선 꺼림칙한 '트라우마'다. 같은 기간 불과 세 차례만 방향성이 틀렸고, 개장일 지수 등락률과 한 해 주가 흐름은 대략 '커플링'하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첫날 하루의 증시 폭락에 대해 너무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낙관적인 전망의 근거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선진국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소식과 국내 증시 성장잠재력에 대한 긍정적인 분석도 많다. 역사적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뒤 다시 반등했던 경우도 적지 않았다.
[증권부 = 김경도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