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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현재 인수ㆍ합병(M&A) 시장에 나왔거나 잠재적 매물로 인식되는 증권사는 우리투자증권, KDB대우증권, 현대증권, 동양증권 등 4개사다. 이들 증권사의 총자산은 84조613억원으로 국내 증권업계 총자산(295조원)의 28.4%에 해당한다. 여기에 중소형 증권사까지 포함하면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증권사는 10개를 웃돌고 정부도 증권사 간 M&A를 적극 유도하는 정책을 쓰고 있어 M&A 대상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증권업계 구조조정을 한국 증권업계 발전의 터닝포인트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뛸 수 있는 대형 투자은행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지적이다.
현대그룹은 22일 유동성 확보 방안의 일환으로 현대증권 매각을 공식화했다. 현대증권은 자산 기준 업계 4위 증권사다. 업계 1위인 우리투자증권의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10위인 동양증권 매각이 진행 중인 가운데 현대증권이라는 대형 매물이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투자증권과 동양증권 M&A 향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현대증권 시가총액이 1조2700억원 수준으로 현대그룹의 현대증권 지분(24.1%) 매각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도 5000억~6000억원 안팎이 될 것"이라며 "우투증권 인수를 추진 중인 KB금융지주와 NH금융지주로서는 보다 다양한 전략적 선택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1조원이 넘는 금액으로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추진 중인 KB금융지주나 NH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돈을 아끼면서도 증권사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으로 현대증권을 고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현대증권은 '현대'라는 이름의 가치 때문에 벌써부터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현대'라는 이름을 사용한 업계 상위권의 증권사를 보유할 수 있어 현대차그룹이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 2위인 KDB대우증권도 증권업계의 판을 바꿀 수 있는 대형 매물로 분류된다. 아직 공식적인 매각 절차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내년 7월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매각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나와 있는 증권사들 인수 후보로는 KB금융 NH농협 등 대형 금융지주사와 사모펀드 등이 꼽히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같은 증권사 비중이 낮은 대기업들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상위권 증권사의 절반이 매물로 등장한 만큼 정부가 M&A를 시장에만 맡겨놓지 말고 금융투자업계의 장기적 발전이라는 큰 시야에서 새판짜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우리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을 합치면 자기자본 8조원 규모의 대형사가 돼 새로운 마켓 리더가 될 수 있다"며 "이번 M&A 기회를 활용해 대형 증권사를 탄생시킨 후 글로벌 시장에서 뛸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례없는 큰 장이 열리기는 했지만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우선 강성노조가 걸림돌로 거론된다. 우리투자증권 노조는 헐값 매각을 반대하며 우리은행과 공동매각을 주
또한 증권업계의 낮은 수익성과 지나치게 싼 가격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서영수 이사는 "현재 매물로 나온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예상되는 매각 가격이 순자산가치보다 낮다"며 "사려는 자와 팔려는 자 간에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지면서 자칫 매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