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사장들은 그룹 계열사를 두루 거치기 때문에 이번 인사가 그리 특별할 일은 아니다.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으니 축하받을 일이다.
삼성카드로서는 현 사장에 이어 새 사장도 금융전문가가 아닌 삼성전자 출신을 맞이하게 됐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성공 DNA를 다른 계열사에 전파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제조업과 금융업은 본질적으로 다른 면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현대자동차 성공 신화를 금융에서도 이어가기 위해 이계안 전 사장이 현대캐피탈 회장을 맡은 적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LG그룹에서 잘나가던 이헌출 전 사장이 LG캐피탈을 이끌었고, 삼성에서도 제일모직 출신 제진훈 전 사장이 삼성캐피탈 사장으로 나갔다. 옛 캐피털 회사들은 인수 또는 합병을 통해 오늘날 카드사가 된 기업들이다.
제조업은 열심히 만들어 잘 파는 것이 최고 덕목이다.
당시 제조업 출신 CEO들 실적 경쟁이 금융업에서도 초반에는 먹혀드는 듯했다. 하지만 마구잡이로 늘어난 대출은 오래지 않아 대규모 부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결국 2003년 카드 사태를 초래하는 뼈아픈 역사를 남겼다.
팔고 나면 끝인 제조업과 달리 대출하는 순간부터 부실 관리를 시작해야 하는 금융업 본질을 간과한 탓이다. 이 때문에 자본 금산 분리뿐만 아니라 인사에서도 금산 분리가 필요하다는 푸념이 나왔다.
실패한 경험이 있기에 앞으로는 그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금융 계열사는 왜 삼성전자처럼 못하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삼성전자 성공 DNA가 금융산업 발전에 씨앗이 되기를 소망한다.
[산업부 = 이진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