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후반부로 향해가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소식, 항저우 톡톡에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문화스포츠부 최형규 기자 나와 있습니다.
【 질문 1 】
우리나라 롤러 스케이트 대표팀이 오늘도 메달을 땄는데, 이게 마냥 기쁘기만 한 소식이 아니라면서요?
【 기자 】
오늘 롤러 스케이팅 3,000m 계주에서 남녀 대표팀이 모두 은메달을 따냈습니다.
하지만, 남자 대표팀은 정말 황당하고도 안타까운 실수 때문에 메달 색이 바뀌었습니다.
경기 장면 보시면요, 마지막 바퀴에서 우리 대표팀 정철원이 대만에 앞서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코너에서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정철원은 우승을 확신한 듯 두 손을 번쩍 들고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우승을 자축하기 위해 태극기 세리머니를 준비하던 중, 전광판에 최종 결과가 뜨자 갑자기 분위기가 바뀝니다.
우리가 아니라 대만이 1위가 된 건데요.
느린 그림을 보시면요, 결승선에 다와 갈 때쯤 우리 선수가 앞서 있긴 했는데 뒤에 있던 대만 선수가 발을 쭉 뻗고 결승선을 통과합니다.
쇼트트랙에서 이런 장면 많이 보셨죠, 이 장면 때문에 우리나라는 0.01초 차이로 금메달에서 은메달로 색이 바뀌었습니다.
【 질문 1-1 】
선수들이 정말 아쉬웠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 기자 】
말 그대로 충격에 빠졌습니다.
경기가 끝난 직후에는 믿기지 않는 듯 기록을 다시 확인하러 가기도 했고요.
하지만, 결과가 바뀌지 않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환한 웃음이 나와야 하는 시상대에서도 선수들의 표정에서는 기쁨을 찾을 수가 없었고, 무대 뒤에서는 눈물도 흘렸다고 하는데요.
시상식 후에 마지막 주자였던 정철원은 "제가 방심해서 끝까지 타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사과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대만 선수가 정말 인상적인 말을 남겼는데요.
"한국이 축하하는 중에도 나는 싸우고 있었다"고 했는데, 남은 경기들에서 모든 우리 선수들 이 말을 꼭 가슴에 새기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바랍니다.
【 질문 2 】
그래도 어려운 환경에서 훌륭한 성적 내준 선수들,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분위기 좋은 얘기를 나눠볼게요.
어제 축구대표팀이 중국에게 2대 0 깔끔한 승리를 거뒀는데, 여기서 아주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고요?
【 기자 】
어제 중국과의 8강전을 앞두고 사실 걱정 정말 많이 하셨죠.
5만 명이 넘는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 편파 판정 우려를 다 뛰어넘고 시원하게 이겼습니다.
홍현석의 멋진 프리킥 골과 상대를 압도한 경기력도 좋았지만,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넘어가지 않는 정신력이 특히 돋보인 경기였습니다.
경기 내내 우리 선수들을 거칠게 넘어뜨린 중국 선수들, 후반 22분에는 의도치 않게 충돌한 박규현을 향해 갑자기 달려들었는데요.
그런데 박규현은 흥분한 상대와 맞부딪히지 않고 곧바로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충돌을 빠져나갔습니다.
박규현은 "굳이 싸워서 경고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며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선수들은 중국의 이런 거친 플레이를 예상하고 '흔들리지 말자, 휘말리지 말자'고 미리 단단히 준비했다고 합니다.
▶ 인터뷰 : 백승호 /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주장
- "쉽지 않은 경기일 거라는 걸 많이 생각하고 서로 얘기하고 준비했는데 준비한 대로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잘해준…."
냉정한 대처로 큰 부상 없이 이긴 대표팀은 모레 우즈베키스탄과 4강에서 맞붙는데요, 사상 첫 대회 3연패까지 딱 두 걸음 남았습니다.
【 질문 3 】
아주 속 시원한 승리였습니다.
그런데 북한 축구대표팀은 우리랑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면서요?
【 기자 】
우리가 중국과 경기 하는 동안 북한은 일본과 8강전에서 맞붙고 있었습니다.
팽팽하게 1대 1로 맞선 후반 33분 페널티킥이 선언되자, 북한 선수들이 강하게 항의했는데요.
이 페널티킥 골이 결국 결승골이 됐는데, 경기가 끝나고 결국 사달이 났습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북한 선수들이 주심에게 달려가 에워싸고 거칠게 항의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몇 선수들은 주심을 밀치기까지 했고, 결국 관계자들이 나와 말려야 했습니다.
경기 중에도 북한 김유성이 자국 선수들에게 음료를 주려는 일본 스태프의 음료수를 뺏고 뺨을 치려고 위협하다가 경고까지 받았는데요.
이 장면을 보고 '도를 넘어섰다', '추태다',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신체적 접촉까지 하면서 주심에게 도를 넘는 항의를 하게 되면 나중에 국제대회 출전 정지 징계까지도 받을 수 있는데요.
우리 선수들은 남은 대회 기간 동안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최형규 기자 choibro@mk.co.kr ]
영상취재 : 배병민 기자 라웅비 기자
영상편집 : 이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