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레이드 데드라인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사진 = AP 연합뉴스 |
일각의 예측대로 오타니는 8월 이후 에인절스 유니폼이 아닌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뛸 수 있을까요?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몇 개의 관문을, 그것도 꽤 험난한 관문을 여러 개 통과해야 합니다. 오타니 트레이드는 수학으로 따지면 단순한 계산이라기보다는 고난도의 고차 방정식이기 때문입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 에인절스 아르테 모레노 구단주. 사진 = LA에인절스 SNS |
우선 가장 큰 관문입니다. 트레이드 대상이 바로 오타니라는 점입니다. 세계 최고의 투타겸업 이도류 선수인 오타니는 모두 다 알고 있다시피 MLB 최고의 스타입니다. MLB를 넘어선 스포츠계의 아이콘이기도 합니다.
팀의 팜 시스템을 분석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일부 야구 팬들은 오타니를 넘김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그런 것에 상관없이 슈퍼스타가 우리 팀에서 뛰는 걸 더 좋아합니다. 현실이 그렇습니다.
특히 에인절스 아르테 모레노 구단주는 더욱 그런 성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까지 나온 보도들을 종합하면 모레노 구단주는 오타니를 트레이드할 적극적인 의사가 없어 보입니다.
실제 모레노는 오타니 트레이드의 적기라고 평가받았던 지난해 트레이드 마감을 앞두고 트레이드 제의를 듣는 것조차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올해 초에도 구단주 회의에서 "오타니는 위대한 사람이며 국제적인 스타"라며 "오타니를 지키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오타니 트레이드 아이디어에 모레노 구단주가 화가 난 반응을 보였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세계 최고의 스타를 본인의 손으로 보내는 것을 꺼려 한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 사진 = AFP 연합뉴스 |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에인절스의 성적이 시즌을 포기하고 '셀러'가 되기엔 너무 좋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오늘(25일) 에인절스는 40승 55패로 와일드카드 경쟁권에서 멀어진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올해의 에인절스는 51승 49패(승률 0.510)로 아메리칸리그(AL) 와일드카드 진출 가시권입니다. 커트라인인 3위와의 승차는 겨우 4.5게임차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팀의 주축 선수를 트레이드하며 시즌을 접는 건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실제로 모레노 구단주 조차 "포스트시즌 진출을 다투는 동안 오타니를 트레이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오기도 했습니다.
오타니와 함께 시즌을 완주한 뒤 가을야구에 가면 좋은 것이고, 못 간다 하더라도 에인절스 입장에선 올 시즌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니 그 또한 나름의 충분한 명분이 될 수 있습니다.
↑ 세계 최고의 '투웨이' 선수 오타니 쇼헤이. 사진 = AFP 연합뉴스 |
트레이드는 팔고 싶다고 해서 팔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사고 싶은 팀이 있어야만 합니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서로 원하는 가격대가 맞아야 거래가 이뤄지듯, 트레이드도 '셀러'와 '바이어' 간 교집합이 있어야만 거래가 성사될 수 있습니다.
오타니 트레이드도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현지에선 오타니를 데려가려면 MLB 파이프라인 기준 톱100의 유망주 2명 이상에 팀 내 10위 이내의 유망주 2명이 최소 조건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리그에서도 손 꼽히는 톱 유망주 2명과 팀 10위 이내 유망주들을 추가해야 오타니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각 팀이 애지중지 육성하고 있는 톱5 유망주 중 최소 2명, 톱10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4명 정도가 나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슈퍼스타 오타니를 얻는 대가치곤 약하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슈퍼스타와의 동거가 겨우 최장 3개월이라면 어떨까요?
오타니의 서비스타임은 이번 시즌까지입니다. 오타니를 얻은 팀이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겨우 2개월, 포스트시즌에 오른다 해도 3개월만 '동거'가 가능합니다.
오타니와의 연장계약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오타니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날 가능성이 큽니다. 반 시즌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오타니를 활용하기 위해 팀이 수 년 간 육성해 온 유망주들을 1~2명도 아닌 대거 보내는 건 어떤 팀이든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타니의 트레이드 적기가 올해가 아닌 지난해 여름, 아무리 늦춰도 올 시즌 개막 직전이었다는 아쉬움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 어려운 고차방정식인 오타니 트레이드. 사진 = AP 연합뉴스 |
살펴봤듯, 오타니를 받아가는 팀은 연장계약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그래야 남는 장사가 됩니다.
오타니의 계약은 MLB 사상 최대 규모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최소 총액 4억 달러에서 5억 달러 이상도 가능하다는 전망입니다.
이 정도의 계약을 할 수 있는 구단은 많지 않습니다. LA다저스, 뉴욕 메츠, 뉴욕 양키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텍사스 레인저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정도 만이 가능한 규모입니다. 연장계약을 할 자신이 없다면 오타니를 잠시만 쓸 수 있는 이 트레이드에 응하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현재 성적이 좋아 물망에 오르고 있는 볼티모어 오리올스나 탬파베이 레이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같은 구단은 오타니 딜이 성사되기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문제는 설상가상으로 연장계약을 할 정도의 팀 상당수가 '오타니 트레이드 리스트'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입니다. 모레노 구단주는 같은 연고의 팀으로는 오타니를 보내지 않겠다고 수차례 밝혀 왔습니다. 자연스럽게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에인절스와 같은 AL 서부지구인 텍사스는 '고객 명단'에서 빠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남은 팀은 양키스와 메츠, 필라델피아 정도인데, 메츠는 올 시즌 성적부진으로 맥스 슈어저(38)와 저스틴 벌랜더(40) 등 팀의 고액 연봉 선수들을 정리하려는 '셀러'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연히 오타니 거래에 응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들이 실제 관심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양키스와 필라델피아 만이 고객이라고 가정하면, 오타니의 반대급부는 시장이 예상했던 규모에 비해 약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사려는 사람이 많이 없다면, 가격이 낮아지는 경제 원리와 비슷합니다.
이렇게 되면 오타니 딜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헐값에 오타니 트레이드 제안서가 올라간다면 모레노 구단주를 설득하기 더욱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족으로, 엄청난 빅마켓 구단은 아니지만 최근 과감한 트레이드로 명성을 높이고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성적 부진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샌디에이고가 같은 캘리포니아주 구단인데다 가을야구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아무리 샌디에이고의 단장이 '매드맨'으로 불리는 AJ 프렐러라 해도 '바이어' 포지션으로 거래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 오타니가 이번 시즌에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는 게 가능할까? 사진 = AP 연합뉴스 |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는 말 그대로 '확
◆ 김한준 기자는?
=> MBN 문화스포츠부 스포츠팀장
2005년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해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등에서 일했습니다. 야구는 유일한 취미와 특기입니다.
[ 김한준 기자 ]